美, 中 첨단산업 제품에 25% 고율관세
1차로 340억弗 818개 품목에 부과
나머지 160억弗 규모는 2주 이내에
中, 같은 규모로 美 농산물ㆍ車 보복관세
‘5000억弗로 확전’ 땐 세계경제 출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의 단추를 눌렀다. 미국 정부는 6일 0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 1시)를 기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중국도 이에 맞불 관세를 부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보복조치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우려했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현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몬태나주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먼저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달러(약 17조8,800억원) 규모에 대해선 2주 안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500억달러(약 55조8,8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중 1차로 기계와 전자제품, 반도체 부품, 발광다이오드(LED), 항공기 엔진 등 첨단산업 분야 위주 818개 품목에 곧바로 25% 고율관세가 부과됐다. 마찬가지로 첨단산업 분야가 다수 포함된 284개 품목에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보하고 있는 2,000억달러(약 223조6,000억원)어치가 있고, 그리고 3,000억달러(약 335조4,000억원)도 있다”면서 “이것은 오직 중국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 추가로 총 5,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매기는 치킨게임을 벌이겠다는 경고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9억달러인데 비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달러여서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길 수 있고, 그 결과 중국이 훨씬 더 손해를 볼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의 10대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중국이 특허 판매 및 기술컨설팅 분야에서 미국을 턱 밑까지 추격해온데다 2002년 148억달러(약 16조5,400억원)였던 정보기술(IT) 분야 대중 적자가 지난해 1,150억달러(약 128조5,700억원)까지 증가하자 적극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중국도 곧바로 같은 규모와 강도로 보복 조치에 나섰다. 해관(세관)총서는 미국보다 1분 늦은 낮 12시1분(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 1시1분) 보복관세를 발효시켰다. 상무부는 가오펑(高峰)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는 전형적인 무역 폭압주의”라며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의 핵심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에 나선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이날 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34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25%의 보복관세 부과를 경고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동일한 규모의 화학공업품과 의료설비, 에너지 제품 등에 보복관세도 추가로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품목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미가공 면화, 돼지고기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중서부 지역 농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외국산 자동차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면서 미국산 자동차에만 25%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도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지지층인 미국의 노동자층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천페이샹(陳飛翔) 상하이자오퉁대 안타이(安泰)경제관리학원 교수는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 공방으로 끝나면 전체적인 영향이 한정적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미중 무역전쟁이 5,000억달러로까지 확대되면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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