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세부 문건 공개
“비상계엄 통한 국토 장악 목표”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기각 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서울에 수백 대의 탱크와 장갑차, 수천 명의 병력 등을 투입해 시민들을 무장 진압하려 했다는 주장이 5일 나왔다. 전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의 군 투입 관련 내부문건을 공개한 데 이어 구체적 병력 규모까지 전해지면서 군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 문서에 담긴 세부 실행계획을 공개했다. 이 문서엔 유사시 기무사가 서울시내에 군 탱크 200대와 장갑차 500대, 무장 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청와대에 30사단 1개 여단과 1공수여단, 20사단 1개 중대를 투입하고 헌법재판소와 서울정부청사에는 각각 20사단 1개 중대와 2개 중대를 보낸다는 내용 등 군사 배치 계획도 있다.
센터는 “당시 기무사 목표는 ‘전국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국토 장악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엔 위수령(계엄 전 단계)을 발령한 뒤, 상황 악화 시 비상계엄까지 시행해 손쉽게 행정ㆍ사법권을 거머쥐려고 했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계엄 시 군사재판은 단심제로 이뤄져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에 중형을 내리기 쉽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센터는 또 “문건은 현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인 소강원 소장이 작성했다”며 “계엄령 주무 부서는 합동참모본부인데, 업무상 계엄령과 관련 없는 기무사에서 이런 문건을 작성한 건 명백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합참을 배제하려 한 것은 정상적 계엄령 선포가 아닌 ‘친위 쿠데타’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기무사에서 세운 진압 계획은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때와 흡사하다”며 “관련자는 모두 형법상 내란음모죄를 범한 것으로 판단돼, 자체 법리 검토를 거친 뒤 문건을 보고받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문건을 보고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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