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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폭소 만발…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남북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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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폭소 만발…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남북 대결

입력
2018.07.05 19:00
수정
2018.07.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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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여자부 친선경기에서 청팀(남한) 박지현이 북한 선수들과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여자부 친선경기에서 청팀(남한) 박지현이 북한 선수들과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친선 대결도 화합의 장이었다. 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마지막날 경기는 남한과 북한의 남녀 국가대표팀 대결로 치러졌다. 행사 첫 날인 4일 혼합경기에 이어 대표팀 간 대항전이었던 이날은 코트에선 치열하게 싸웠지만 경기 후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이날도 1만2,000석을 꽉 메운 관중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노란색ㆍ빨간색ㆍ파란색 막대풍선을 이용해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열렬한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전날처럼 빨간 모자와 파란 모자를 쓴 흰 와이셔츠 차림의 남성 두 명이 응원을 주도했다. ‘응원대장’ 또는 ‘응원지휘자’라 부르는 우리의 응원단장 격이다.

쿼터가 끝날 때마다 대형전광판 통해 ‘우리의 소원’ 등 노래가 흘러나왔고, 관중들은 전날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응원에 동참했다. 북한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는 “공격!"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남한 선수가 골을 넣거나 좋은 플레이를 할 때도 남한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 후반 치열한 승부가 전개될 때는 ‘청(홍)팀 힘내라’, ‘용기내자, 힘내자’ 등 응원구호도 다채로워졌다. 장내 아나운서가 작전타임 때 ‘어디가 이겼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관중들은 특별한 대답 없이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한쪽 관중석에서 '홍팀' 외치고 맞은편 관중석에서 '홍팀'을 받아 치는 응원을 응원단장이 유도했으나 맞은편 관중석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계속 끌려가던 북한이 4쿼터 초반 61-58로 역전에 성공하자 관중들은 함성을 질렀다. 남한 선수의 자유투가 실패할 때는 안타까움이 묻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남북은 이날 국기와 국호 없이 이름과 배번만 새긴 유니폼을 착용했다. 남한이 푸른색(청팀), 북측이 붉은색(홍팀)이었다. 여자부 경기에선 청팀(남한)이 홍팀(북한)을 81-74로 제압했다. 이문규 감독은 경기 후 “몇몇 북측 선수들을 눈여겨봤다. 아직 단일팀 구성 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진행된 남자부 경기는 북측이 82-7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주석단에 자리한 북측 고위인사들은 전날 혼합경기 때와 동일했다. 북한에서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일국 체육상, 전광호 내각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남한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총리실 국장, 방열 농구협회장 등이 자리했다.

한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남한 숙소인 고려호텔을 찾아 “이번 경기 조직 관련 전반적 흐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하나하나 잡아주셨다"며 김 위원장이 경기 관련 사항을 직접 챙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남측에서 방송도 들여오게 하고 음악도 가져오게 하라 이렇게 가르침을 주셨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향후 남한에서 열리는 탁구 경기(코리아오픈)와 창원에서 열리는 사격경기대회(세계선수권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평양 공동취재단ㆍ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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