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무더위 영향 인기몰이
서울 평균 8808원… 10% 급등
8대 외식 품목 중 인상률 최고
냉면이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냉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9,000원에 육박했고, 한 그릇에 1만7,000원에 달하는 식당도 있다. 그야말로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 시대이다.
냉면 체인점 봉피양이 그곳. 메밀 100%의 순면 냉면 1인분 가격이 1만7,000원, 일반 평양냉면도 1만4,000원에 이른다. 미쉐린가이드 선정 맛집인 우래옥은 순면 냉면이 1만5,000원, 일반 평양냉면이 1만3,000원이다. 을지면옥과 을밀대는 지난해부터 1만1000원을 받고 있고, 필동면옥은 올해 1만1,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이 중 한 식당 주인은 “냉면을 흔히 서민 음식이라고 하지만 냉면에는 품질 좋은 한우를 사용하고 쌀보다 가격이 2.5배 비싼 메밀을 사용한다”며 “원가와 임대료 상승,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20% 이상 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1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도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한 그릇 평균 8,808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7,962원보다 10.6%(846원) 올랐다. 냉면은 8개 주요 외식 품목 가운데서도 가격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삼겹살 가격은 200g당 1만6,489원으로 지난해보다 5.6%(868원) 올라 상승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이어 김치찌개 백반(2.6%), 칼국수ㆍ김밥(1.8%), 비빔밥(1.4%), 삼계탕(1.1%) 순으로 올랐다.
유명 냉면집이 몰려 있는 서울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6개월 사이 급격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올 1월까지 7,800~8,100원대를 유지하던 냉면 가격은 올 2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5개월 만에 7.5%(616원) 뛰었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나 SNS를 통해 확산되던 면스플레인(냉면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글이나 태도) 현상이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재점화하며 전국민적 현상으로 퍼진 영향이 적지 않다.
이처럼 냉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울 지역 유명 식당의 냉면 가격은 물론 일반 식당의 냉면도 대부분 1만원을 넘어섰다. 냉면 애호가인 직장인 박기범씨는 최근 경기 가평군의 한 냉면집에 갔다가 서울 시내의 평범한 식당보다 비싼 1만원이라는 가격에 놀랐다. 박씨는 “유명 냉면 맛집이라면 고유의 기술력이라는 생각에 가격이 비싸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다지 맛이 좋지 않은 냉면을 비싼 가격에 먹으니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부쩍 냉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특색 없는 냉면을 내놓는 식당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냉면 가격 인상이 다른 외식 품목 인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시각도 있다. 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인 냉면 가격이 오르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외식 메뉴 가격도 오른다는 것이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냉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고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서민들이 즐겨 먹는 냉면 가격이 오르면 다른 서민음식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는 데도 분명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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