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폭력의 기원
야마기와 주이치 지음ㆍ한승동 옮김
곰출판ㆍ348쪽ㆍ1만7,00원
끔찍한 범죄나 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우리는 곧잘 짐승에 비유하곤 한다. 인간의 폭력성이 동물적 본성에서 비롯됐다는 믿음 때문이다. 육식자로서의 능력이 수렵을 발달시켰고 그것이 인간들의 싸움을 과격하게 만들었으며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이끌었다는 ‘수렵 가설’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 이외의 동물 중에서 같은 종끼리 서로 말살할 정도로 강한 적의를 지닌 종은 없다. 40년 가까이 고릴라의 행동을 관찰하고 인간 사회와 비교 연구한 영장류학 권위자인 저자는 동족상잔의 전쟁도 불사하는 폭력성은 동물적 본성이 아닌 문명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위험한 생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양시켜 온 공감 능력이 언어생활, 정착생활, 농경생활 같은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체에 봉사하는 인간만의 독특한 폭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들른 아프리카에서 내전의 상처를 목격하고 인간 폭력의 기원을 탐구했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저자가 침팬지와 고릴라 사회에서 빌려 온 지혜에도 귀 기울여 볼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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