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국가를 왜 침공해서는 안 되는 거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 고문들에게 이 같이 질문하며 베네수엘라 침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이고, 즉흥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0일 독재 체제를 강화하고 나선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끝날 무렵, 베네수엘라가 역내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침공을 제안해 고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분 가량 이어진 대화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군사 행동을 하게 되면 중남미 국가들의 지지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하는 등 만류했지만, 좀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980년대 파나마와 그레나다 침공 등 과거의 ‘포함(砲艦)외교’를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포함외교는 함대를 파견해 압력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외교 수단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 고위 관료는 CNN에 “대통령은 여러 다른 것들을 말하고 생각한다. 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공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인 8월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많은 선택권이 있다. 군사 조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직후 후안 마누엘 산토스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에게도 같은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해 9월 유엔 총회에서도 또 한번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참모들이 이 문제를 꺼내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운을 띄운 뒤, 콜롬비아 등 남미 4개국 지도자들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해결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데 정말이었냐’고 물었다. 결국 맥매스터 보좌관이 중간에 개입해 베네수엘라 침공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호전적인 성향은 미 안팎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AP통신은 “미 우선주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무모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량 부족으로 비판에 직면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정권을 정당화하고 일시적인 자국 내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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