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ㆍ쿠첸 등 국내 대형 업체들
매출액 최대 400억 감소하자
인덕션ㆍ정수기ㆍ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조ㆍ렌털에 눈 돌려
“쿠쿠가 밥솥 말고 인덕션도 만드네.”
주부 백미영씨는 최근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밥솥 전문제조사 쿠쿠가 만든 전기레인지(인덕션)를 구매했다. 외국산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밥솥 제조로 다져진 기술력으로 인덕션 히팅(IH) 기술은 이미 검증됐다는 판매원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기 때문이다. 백씨는 “쿠쿠 밥솥을 고장 없이 몇 년째 잘 써서 인덕션도 믿고 구매해 봤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기능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만족스럽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쿠와 쿠첸, 풍년 등 밥솥 전문 제조사들이 최근 인덕션, 정수기, 파스타 조리기 등 생활가전으로 외연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든 데다, 거의 모든 집에 밥솥 하나는 있을 정도로 시장이 포화 상태라 새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밥솥 시장 1위 쿠쿠의 가전사업부 매출액은 2015년 5,15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4,930억원, 지난해 4,639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가전사업부 매출이 부진한 이유는 밥솥이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쿠쿠의 주력 상품인 IH압력밥솥을 포함해, 열판 압력밥솥, 전기보온밥솥 등 밥솥 제품 매출은 2015년 4,696억원에서 지난해 4,414억원으로 2년 만에 3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경쟁사인 쿠첸의 사정도 비슷하다. 쿠첸의 지난해 매출액은 2,372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약 400억원이 줄었다. 역시 주력 상품인 밥솥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 밥솥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우수한기술력을 보유한 쿠쿠와 쿠첸 등 중견 제조사가 속속 등장하면서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 주도권이 국내 업체들에 완전히 넘어갔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거의 모든 가구에 전기 밥솥이 갖춰지면서 시장은 점차 포화상태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997년 약 3.11공기(280.6g)에서 지난해 1.8공기(169.3g)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전자제품 판매점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요즘 집에서 밥을 거의 해 먹지 않기 때문에 혼수용품으로 밥솥을 찾는 신혼부부 수도 점차 줄고 있다”며 “전기밥솥을 구매하는 층은 주로 중ㆍ장년층 이상으로 그것도 교체 수요가 많아 밥솥 판매가 활발히 일어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밥솥 제조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외부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인덕션을 생산했던 쿠쿠는 2년 전부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조 및 렌털 사업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짓고 렌털 사업을 전담할 ‘쿠쿠홈시스’를 새롭게 설립하기도 했다. 쿠첸도 밥솥 기술력을 활용해 젖병살균 소독기, 오토 분유포트 등을 생산하며 유아가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 밖에 또 다른 밥솥 제조사 풍년도 파스타, 이유식 등 조리 가능 다용도 냄비를 출시하는 등 생활용품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다만 밥솥 업체들이 새롭게 진출한 렌털, 생활가전ㆍ용품 시장도 기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해 성과를 빠르게 내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렌털 시장도 코웨이, 웅진 등 기존 중견기업 외에 SK, LG 등 대기업도 가세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밥솥 전문 제조사가 새로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