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 버렸습니다···정권 교체는 절박하고 문재인 후보의 승리는 중요합니다···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더 이상 친노-비노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제기된 ‘친노’ 논란으로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일하던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9명이 사퇴했다. 전해철, 이호철, 양정철, 윤건영, 정태호, 박남춘, 윤후덕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친노’ 퇴진 요구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대선 패배 후 선거 평가 과정까지도 이어졌다.
▦ ‘친노 책임론’과 ‘친노 패권주의’는 문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보수진영이 그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한 프레임이다. 이것이 민주당 내 당권 경쟁에 악용되면서 ‘친노-비노’ 프레임으로 고착화했고, 대선 패배 등 전력을 크게 약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계파 갈등이 커지면서 2016년 총선 직전 ‘비노’ 세력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친노 프레임이 친문 프레임으로 바뀐 것은 그때쯤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상대 후보들이 문 후보를 집중 공략한 것도 ‘친문 패권주의’ 프레임이었다.
▦ 다음달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문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부엉이 모임’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대선 경선 때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뜻에서 만들었다는 건데, 친문 세력이 당대표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부르고 있다. 친문이 ‘뼈문(뼛속 깊이 친문)’과 ‘진문(진짜 친문)’, ‘범문(범 친문)’ 등으로 분화,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분열적 계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질 만도 하다.
▦ 친목모임의 성격과 활동 내용이 실체보다 부풀려졌다고는 해도 ‘친문-비문’ 프레임이 고개를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 문 대통령과 부딪치는 ‘비문’은 없지만 친문 프레임이 작동할 경우 ‘비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논란이 일자 ‘부엉이 모임’을 일단 해산한다고 하나 애초 이런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친박’ ‘비박’ 하며 계파 싸움을 하다 자멸한 자유한국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오죽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처럼 망해갈 수 있다”고 훈수를 두겠는가.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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