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숨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서울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가 보수단체와 노조의 물리적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주말마다 이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 측은 분향소 철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관계자 두 명과 태극기집회 참가자 한 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전날 밤 11시쯤 친박 단체 관계자 한 명이 현장에 있던 기자를 폭행했다는 신고도 접수됐지만, 현장에서 도주해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해고된 김주중 조합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3일 “해고자 복직이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계속 싸우겠다”라며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김씨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30번째 사망자다. 노조는 앞서 2012년에도 같은 자리에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중구청은 2014년 4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사유로 강제 철거 조치했다.
보수단체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는 “대한문은 태극기의 안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분향소 설치를 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1년7개월간 우리가 집회를 진행했던 곳인데 노조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무력으로라도 이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향소가 설치되던 3일 낮 12시부터 대한문 주위에서 확성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항의 방송을 하고 분향소가 설치된 천막에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과격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본 관계자와 쌍용차지부 관계자 사이에 폭행 시비가 벌어지며 상황이 격화하자, 경찰은 시민들이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주위를 둘러싸고 상황을 통제했다. 이에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은 분향소 안에 갇히는 상황이 됐으며, 다음날 오전 2시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경찰에 항의 방문을 하면서 오전 7시부터는 통제가 해소됐다.
한편 이날 오후 늦게 분향소를 방문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박 단체 회원에게 목덜미가 잡히는 등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회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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