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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저주 끝낸 잉글랜드, ‘바이킹 징크스’ 털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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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저주 끝낸 잉글랜드, ‘바이킹 징크스’ 털어내나

입력
2018.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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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스 사우스게이트(오른쪽)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4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콜롬비아와 16강 승부차기에서 4-3 승리를 거둔 뒤 실축한 콜롬비아의 키커 마테우스 우리베(가운데)를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과 함께 위로하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2년 전 유로 1996 대회 독일과 준결승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을 했던 당사자로 우리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오른쪽)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4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콜롬비아와 16강 승부차기에서 4-3 승리를 거둔 뒤 실축한 콜롬비아의 키커 마테우스 우리베(가운데)를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과 함께 위로하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2년 전 유로 1996 대회 독일과 준결승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을 했던 당사자로 우리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잉글랜드 선수들이 역사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았다.”(BBC)

“집 나갔던 축구가 다시 돌아오나.”(텔레그래프)

“우리의 영웅적인 소년들.”(더 선)

극성맞은 영국 언론들이 앞 다퉈 극찬을 쏟아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애칭은 ‘삼사자 군단’이지만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 같은 메이저 축구 대회마다 고비에서 무너져 ‘갈기 빠진 사자’란 조소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를 거란 기대감이 높다.

잉글랜드를 구한 역사적인 선방.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퍼드가 4일 콜롬비아와 러시아월드컵 16강 승부차기에서 상대 마지막 키커의 슈팅을 왼손으로 막아내고 있다. 잉글랜드는 4-3으로 이겨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악몽에서 벗어나며 8강에 올랐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잉글랜드를 구한 역사적인 선방.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퍼드가 4일 콜롬비아와 러시아월드컵 16강 승부차기에서 상대 마지막 키커의 슈팅을 왼손으로 막아내고 있다. 잉글랜드는 4-3으로 이겨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악몽에서 벗어나며 8강에 올랐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잉글랜드가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저주’에 마침표를 찍고 2018 러시아월드컵 8강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4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대회 16강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잉글랜드는 스위스를 1-0으로 누른 스웨덴과 7일 오후 11시 사마라 아레나에서 8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는 후반 9분 얻어낸 페널티킥을 해리 케인(25)이 넣어 승기를 잡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상대 예리 미나(24)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연장에서 승부를 내지 못해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승리의 여신은 잉글랜드에 미소를 지었다.

잉글랜드는 3번 키커 조던 헨더슨(28)의 실축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콜롬비아 4번 키커 마테우스 우리베(27)의 슈팅이 벗어나 기사회생했다. 콜롬비아 마지막 키커 카를로스 바카(32)의 슈팅을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퍼드(24)가 왼손으로 쳐냈고 마지막 주자 에릭 다이어(24)가 침착하게 성공하며 환호했다. 지난해 국가대표에 발탁돼 A매치 8경기에 출전한 ‘초짜 수문장’ 픽퍼드는 선방 하나로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됐다.

승리를 확정한 뒤 환호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승리를 확정한 뒤 환호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잉글랜드는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악몽에서도 벗어났다. 잉글랜드는 19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서독에 3-4로 진 것을 시작으로 1998년 16강에서 아르헨티나에 3-4, 2006년 8강에서 포르투갈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유로에서도 1996년 자국 대회 8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4-2로 꺾은 게 유일한 승리다. 이어진 준결승에서 독일과 승부차기를 펼쳐 5-6으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04년에는 8강에서 포르투갈에 5-6, 2012년 8강에서도 이탈리아에 2-4로 패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잉글랜드 감독은 유로 1996 준결승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서 실축을 했던 당사자다. 그는 16강이 열리기 전 BBC 인터뷰에서 “22년 동안 그 상황을 떠올리며 승부차기를 연구했다”고 했는데 그 한을 풀었다. 가디언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러시아로 오기 전 3월부터 키커가 압박에 대처하는 전략, 센터서클까지 걸어오는 방법까지 다양한 상황을 준비시켰다. 5명의 키커도 일찌감치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콜롬비아의 우리베에게 다가가 눈물을 쏟는 그를 감싸 안으며 위로를 건넸다.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효하는 잉글랜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포효하는 잉글랜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잉글랜드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8강 상대인 스웨덴은 한때 잉글랜드의 천적이었다. 잉글랜드는 1968년 3-1 승리를 마지막으로 2011까지 43년간 스웨덴전 10연속 무승(7무3패)의 수모를 겪었다. 2011년 11월 평가전에서 스웨덴을 1-0으로 꺾은 뒤 이듬해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도 난타전 끝에 3-2로 승리했지만 같은 해 11월 평가전에서 지금은 국가대표를 은퇴한 스웨덴의 축구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에게 무려 4골을 헌납하며 2-4로 참패했다. 그 경기는 골대에서 무려 30m 떨어진 지점에서 터진 즐라탄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잉글랜드는 ‘바이킹 징크스’를 확실히 털어내고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을 기회라며 8강을 잔뜩 벼르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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