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4000억 달러 돌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보유 외환 부족으로 ‘환란’을 겪은 지 21년 만에 외환보유액이 10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13억2,000억달러 증가한 4,003억달러(약 446조1,340억원)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10억달러 가량 줄었다가 3월(3,967억5,000만달러) 반등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넉 달 연속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난 것이 지난달 외환보유액 증가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 및 정부가 보유한 외화자금으로 외환시장 안정, 국제수지 불균형 보전 등에 사용되는 비상금 성격의 준비자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이 통화를 발행해 외화자산을 사들이거나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로 보유 자산을 불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다만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진 이후로는 발권력 동원보다는 자산 투자 위주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은 해당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다양한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경우 3,814억~5,721억달러를 알맞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보유액 규모는 양호한 수준인 셈이다. 일각에선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상정해 지금보다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적정 보유액 기준은 없다”며 “가장 공신력 있다고 평가 받는 IMF 기준에 비춰봐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돌파는 2011년 4월 3,000억달러 돌파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보유 외환 부족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 말 39억달러와 비교하면 10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한은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86.1%에서 30.4%(3월 말 기준)로, 월 경상지급액 대비 외환보유액은 1.4배에서 7.38배(4월 말)로 각각 늘어나는 등 대외건전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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