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에 위안화 약세 겹쳐
홍콩 H 지수도 지난달 10% 급락
3년 전 자본 이탈 상황과 흡사
중국 증시의 조정이 심상찮다. 본토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16% 하락했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지난달에만 10% 가까이 하락했다. 대미 무역분쟁, 위안화 약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 증시가 2015년 대폭락에 버금가는 ‘베어 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이날 1만872.20으로 마감, 지난해 8월21일(1만751.5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이후에만 9.8% 떨어지는 가파른 하락세에 1만 포인트도 위협받는 처지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 종가(2,782.09)도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3,307.17) 대비 15.9% 하락했다. 지난 2일(2,775.56)엔 2016년 3월1일(2,733.22)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상반기 중국 증시의 몰락은 3년 전인 2015년 하반기의 중국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각이 많다. 2015년 6월 12일 5,166.35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직후 급락을 거듭하며 이듬해 3월1일 최저점을 찍을 때까지 47.1% 하락했다. 그해 5월26일 1만4,801.94까지 상승했던 홍콩H 지수 역시 8개월 뒤인 이듬해 2월12일 최저점(7,505.37)까지 49.3% 내려앉았다.
중국 지수 약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위안화 약세와 미중 무역분쟁이다. 지난 2월1일에만 해도 달러당 6.03045위안이던 위안화 고시환율은 이날 6.6497위안까지 뛰어올랐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5년 8월과 이듬해 1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갑작스레 낮췄다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유발했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 중반 이후 위안화 가치 하락은 주식시장 붕괴, 기업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졌다”며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중국 시장 상황은 불편하리만큼 친숙한 기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 증시 및 위안화 가치를 동요시키는 최대 요인이다. 특히 오는 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 발효를 계기로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제조업 등 실물경기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라 아야코 스미토모미츠이은행 시장전략가는 “위안화와 중국 주식에 대한 매도세는 적어도 6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 관련 상품에 돈을 맡긴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홍콩H지수가 1만3,000포인트 이상이었던 2015년 4~6월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3년 만기인 올해까지 원금손실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ELS 상품구조상 투자기간 중 한번이라도 기초자산이 되는 홍콩H지수가 50~55% 미만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던 올해 상반기에도 ELS 발행 규모가 40조3,063억원에 달해 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 손실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홍콩H지수가 연중 최고치(1만3,723.96)를 기록한 1월 26일 ELS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7,548.18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손실이 생길 수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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