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강좌 지원 크게 늘고
CCTVㆍ비상벨ㆍ몰카 방지 용품 등
유료 보안서비스 구입도 적극
“상대가 가장 먼저 잡는 게 손목입니다. 여성들이 팔의 힘은 약하지만 온몸의 힘을 써서 우선 방어를 하면 도망갈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습니다.”
1일 오후 7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어반 주짓수’ 도장. 도복을 갖춰 입은 여성들이 김지영(34) 사범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실전 연습. 귀를 쫑긋 세웠던 여성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목을 졸렸을 때, 밑에 깔렸을 때 빠져나가는 기술을 연마했다. 이들이 주말 저녁 모여 배우는 것은 ‘자기방어기술’, 즉 일종의 호신술이다. 수업을 기획한 강소희씨와 포스터를 디자인한 이아리씨는 “평소 호신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마땅한 수업을 찾지 못해 직접 기획하게 됐다”며 “24명 선착순 모집에 13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고, 범죄 대상이 될 경우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참석자들도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힘으로 각종 범죄와 위험에 맞서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일 발표한 ‘2018여성의 삶’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여성들 절반 이상(50.9%)이 사회안전에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 요인으로 범죄 발생(73.3%)을 첫 손에 꼽은 게 대한민국 여성이 처한 현실. 이 같은 범죄 위협에 순순히 당할 수만은 없다며 호신술을 배우고 유료 보안서비스를 신청하는 등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보안서비스회사 ‘캡스’의 홈서비스 상품을 구매했다. 월 이용료 3만4,500원을 내면 낯선 사람이 현관문 앞에 2분 이상 서 있을 시 경고메시지를 발송하고, 사진을 찍어서 앱으로 전송까지 해준다. 창문에 폐쇄회로(CC)TV 설치는 물론 비상벨도 달 수 있다. 김씨는 “언니와 함께 살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뿐이라 불안한데다 방범창도 허술해 보안상품을 구매했다”면서 “무엇보다 안심하고 잘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반색했다. 보안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업시설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이제는 젊은 여성들이 홈서비스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했다.
“위험 대응, 개인에 맡겨선 안 돼”
전문가들, 지자체 대응 등 강조
공공화장실 불법 촬영 공포가 높아지면서 글루건이나 가림막 등 몰카(몰래카메라) 대비용품을 가지고 다니는 여성도 있다. 일명 ‘화장실수호대’가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 모집)에 성공한 ‘몰카 금지 응급 키트’에는 얼굴 가리기용 마스크, 송곳, 실리콘 글루건 등 각종 자력 구제 용품이 들어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정책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희영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위험에 대한 부담을 자구책 수준으로 개인에게 맡겨둬서는 안 되고 불안의 원인을 짚어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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