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기로 환자 위해 365일 대기
경북 북부권ㆍ중증외상환자 등 많아
2013년 7월 어느날 오전 9시 50분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에 영양군의 한 임신부가 임신 36주차에 산통이 시작됐다는 긴급 신고가 접수됐다. 경북닥터헬기는 9분만에 40여㎞ 거리를 날아갔지만 이미 출산한 상태. 산모는 하혈기가 있었고 신생아도 미숙아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했다. 의료진은 산모와 신생아를 헬기에 태우고 곧바로 병원으로 날아와 집중치료에 돌입했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 김병철(응급의학과 전문의) 과장은 “헬기가 없었다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경북닥터헬기가 2013년 7월 첫 운항 후 지난 1일까지 5년간 모두 1,694명의 응급환자를 성공적으로 이송했다. 출동은 1,817회로 거의 매일같이 난 셈이다.
영주시 407회, 봉화군 220회, 의성군 174회, 청송군 170회 등 경북북부권역 출동이 많았다. 험준한 산악지형 등 교통사정이 좋지 않은 경북 북부권역 환자를 신속히 후송하기 위해 안동병원에 배치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질환별로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 환자가 54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뇌출혈 등 뇌질환 369명(21.8%), 심장질환 235명(13.9%), 호흡곤란, 임산부 등 기타 환자가 543명(32%)을 차지했다.
경북항공의료팀에는 의료진 20여명, 헬기조종 등 운항팀 10여명 등 30여명이 배치돼 1년 365일 비상대기하고 있다. 김 과장은 “교통사고나 뇌졸중환자 등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닥터헬기는 출동 및 후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설날 아침 급성심근경색이 찾아온 A씨는 닥터헬기로 영주에서 안동병원으로 후송, 스텐트시술을 받아 생명을 구했다. 심장에 예초기 칼날이 박힌 60대, 첩첩산중 계곡에서 쓰러진 50대, 공사장에서 추락하면서 철근이 아랫배에 박힌 60대 등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타고 온 닥터헬기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원경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착륙장과 인계 지점 추가 지정으로 의료취약지역의 도민이 응급의료 지원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닥터헬기 이송체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북닥터헬기는 이탈리아산 AW-109 그랜드 뉴 기종이다. 최대 이륙 중량은 3,175㎏, 순항속도 시속 310㎞, 항속거리 859㎞다. 각종 장비를 탑재한 채 승무원, 환자가 모두 타고도 반경 100㎞ 정도는 무난해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 대부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기도삽관, 인공호흡기, 응급초음파기, 심근경색진단이 가능한 12유도 심전도기, 효소측정기 등 응급장비와 30여가지 응급의약품을 갖춰 ‘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린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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