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록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보컬ㆍ작곡 맡은 후카세 사토시
29일 올림픽공원서 내한공연
초등학생부터 앓았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미국 유학 시절에 악화됐다. 17세 청년은 결국 고향인 일본으로 돌아와 정신병원 격리 병동에 입원했다. 나락에 빠진 사내는 2006년 어린 시절 친구 셋을 모아 밴드를 꾸렸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라 팀 이름도 세상의 끝이란 뜻의, 세카이노 오와리(世界の終わり)로 지었다. 밴드를 결성한 보컬 후카세 사토시 얘기다.
그의 소꿉친구이자 피아니스트인 후지사키 사오리는 학창시절 ‘왕따’ 폭력을 겪어 친구의 상처를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의 병을 앓았던 이들은 2010년 1집 ‘어스’를 냈고 시작부터 주목받았다. 불과 5년 뒤인 2015년, 밴드는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고 이틀 동안 14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록스타가 됐다. 절망의 끝에서 음악이란 실낱 같은 희망으로 기적을 쏘아 올렸다.
당연하게도 후카세에게 밴드는 각별하다. 후카세는 3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그 시점에서 난 다시 일어서야 했고, 그때 날 응원해 준 친구들과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래서 이 밴드와 이름은 우리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다. ‘환상의 생명’을 비롯해 ‘스노우 매직 판타지’ ‘SOS’ ‘레인’ 등 뛰노는 듯한 피아노 연주에 실린 동화 같은 이야기는 낭만을 돋운다. 밴드에서 곡을 주로 쓰는 후카세는 “곡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의 삶”에서 가져온다고 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한다. 27일부터 같은 곳에서 사흘 동안 열리는 음악 축제 사운드 시티에 초대됐다. 2016년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과 지난해 단독 공연에 이은 세 번째 내한 무대다. 기타리스트인 나카지마 신이치는 “한국 관객들이 우리 응원봉을 들고 있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며 “공연 내내 활력이 넘쳐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한국 공연에 애정을 보였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국내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손잡고 지난달 신곡 ‘슬리핑 뷰티’를 냈다. 에픽하이는 지난해 세카이노 오와리의 공연장을 찾아가 회식을 할 정도로 두 팀의 친분은 두텁다. 후카세는 “직접 만나기 전부터 에픽하이를 무척 좋아했다”며 “특히 ‘본 헤이터’ 뮤직비디오를 보곤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
밴드 DJ인 러브는 항상 피에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 러브는 “가면을 쓰면 전원 스위치를 켜듯 내가 창작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다만 단점은 너무 더운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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