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4월27일, 5월26일)과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등 북한이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해 대화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가 높다. 다만 올해 안에 다시 문을 열지 않으면 개성공단에서 쫓겨난 기업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빌미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다. 제조기업 125개, 생활 인프라 구축과 물품을 공급하는 영업기업 75개 등 200개 기업은 하루 만에 공장과 설비는 물론이고 자동차, 원료, 부자재까지 놔두고 인력만 복귀시킬 수 있었다. 개성공단지원재단 등에 따르면 직접적인 피해액만 8,00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협력 보험금을 비롯해 지원금 5,833억원이 지급되면서 개성공단에서 쫓겨난 기업들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은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년으로 넘어가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온다. 정말 어렵게 2년4개월을 버텨오고 있는데, 이제 3년이 넘어가면 (개성공단 업체들에) 오더를 줬던 원청업체들도 관계를 다 끊어버리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개성공단 재가동만 바라보고 있는 건 경쟁력이 높은 산업단지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쫓겨나 생산공장을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긴 30여개 업체 대표들은 “개성공단하고 비교할 수 있는 공단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소문이 나면서 개성공단에 새로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하루 30곳 이상 문의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우선 개성공단은 인건비가 싸다. 문을 닫기 직전 월 인건비가 한 사람당 15만원에 불과했다. 베트남 인건비 40만~50만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력의 질이다. 김 이사장은 “15만원자리 노동자가 아니고 300만원짜리다. 북측 근로자들의 품질 경쟁력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다른 회사로 옮기지 않는다”며 노동력 공급의 안정성도 높이 평가했다.
지리적 이점은 다른 곳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여서 아침에 원ㆍ부자재를 싣고 들어가 저녁에 완제품을 싣고 나오는 식이다. 게다가 관세도 없다. 이런 공단의 문을 닫은 것에 대해 김 이사장은 “우리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닫은 것, 북측을 제재한 것이 아니고 우리 기업들을 제재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뚫고 개성공단 재가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닫은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아니라 국정농단의 연장선에서 온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전제한 뒤 “개성공단 폐쇄 후 안보리 제재가 생겼는데 4개의 조항에 개성공단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4개 조항은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진입 금지 ▲석유 및 가스 제품의 북한 유입 금지 ▲북한산 섬유ㆍ봉제제품 수입 금지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 금지 등이다.
김 이사장은 우선 앞의 두 개 조항에 대해선 은행이 안 들어가도 가동하는데 문제가 없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기존처럼 남측에서 들어가는 전력을 이용하면 석유, 가스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조항인 북한산 섬유ㆍ봉제제품 수입 금지조치는 중국이 북한에 임가공을 맡기면서 현금 지원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개성공단에서 만드는 섬유ㆍ봉제제품은 원ㆍ부자재가 전량 남측에서 들어가고 개성공단에서는 가공만 하기 때문에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 금지는 북측 노동자 임금 지급과 관련한 것인데, 현물 지급으로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북측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소비재 제품이나 쌀을 주면 된다. 북측에서는 원래 일을 하고 나면 70~80%를 현물로 준다”면서 “(현물 지급을)오히려 북측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운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고,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가급적 빨리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북측에 시혜적 공단이 아니다. 계산해보면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평화적, 경제적, 통일의 공단을 하루라도 빨리 여는 것이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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