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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성평등, 축구장에서 내각까지

입력
2018.07.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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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달부터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이란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6월 20일 밤 러시아 월드컵 이란-스페인 경기 단체관람과 응원행사가 열렸는데 이 축구경기장에 여성들의 출입이 37년 만에 허용된 것이다. 서구권과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뒤늦은 개방 조치이지만 이들 나라에서 여성들의 권익 신장과 사회진출이 더 활발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회변화다.

이란과 월드컵에서 맞붙었던 스페인도 지난 달 글로벌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새로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17명의 각료 중 남성의 두 배에 가까운 11명을 여성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특히 2인자인 부총리, 법무부, 국방부 등 주요 부처 장관에 여성을 발탁해 양성평등을 넘어 확실한 여성 우위 내각을 구성한 것이다. 중동의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개방, 스페인의 양성평등 내각 등의 사례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발전도 성평등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는 점에 입각한 전향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주간(7.1~7.7)을 맞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자리는 넓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지위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학생의 2017년 대학진학률은 72.7%로 2005년 이후 남학생을 꾸준히 앞서고 있다. 여성관리자와 법조인, 의료진 등 전문직 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행정부 소속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017년 처음으로 절반을 넘은 50.2%로 나타났다.

하지만 눈을 돌려 세계와 비교하면 유리 천장이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해 발표한 ‘성평등의 추구(The Pursuit of Gender Equality)’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직 이상에서 고용에 관한 성 격차는 79%포인트로 OECD 회원국과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 비교대상 국가들 중 가장 컸다. 중앙정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OECD평균이 32.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8%에 불과해 일본(3.1%)과 더불어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원의 비율도 우리나라는 17%로 OECD평균인 28.7%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지난 달 치러진 제7차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 총 의원 3,750명 중 당선된 여성 의원은 1,060명으로 28.3%를 차지했으며, 지난 2014년(22.9%)에 비해 5.4% 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광역단체장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했고,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여성의 비율은 4%인 8명에 불과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이 깨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여성 인재 풀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 내 고위직 공무원의 비율을 높이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성의 정계진출을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지만 더 나은 보편적인 여성의 삶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여성 임금근로자 중 41.2%가 비정규직으로 남성(26.3%)에 비해 그 비율이 월등히 높고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7.2% 수준에 그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성 평등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의 핵심요소라는 판단 아래 남녀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 수준인 14.1%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법과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015년이니까”라고 간단 명료하게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 발표될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여성의 더 높아진 사회적 지위와 삶의 질 향상이 통계로 확인되고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19년이니까”라고 답을 하고 싶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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