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업 분야 공장들 잇달아 방문
“건물 보수 땜때기식” 질타도
“급속한 정세 변화에 인민들 독려
경제 도약 보여주려는 행보”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경공업 분야 공장들을 잇달아 방문해 ‘현대화’를 촉구했다. 방직ㆍ화학섬유 공장에서는 수준 미달을 질책하기도 했다. 북미ㆍ북중 정상회담 직후 시찰지로 김 위원장이 북중 접경 경공업 공장들을 낙점한 건 자신이 천명한 경제 도약 목표를 북중 경제협력을 토대 삼아 성취하겠다는 대내ㆍ외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2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중 접경 신의주의 방직ㆍ화학섬유 공장을 시찰한 자리에서 간부들에게 질타를 쏟아냈다. 뒤떨어지는 현대화 수준이 핵심 지적 대상이었다. 방직공장에서는 “우리 식의 국산화ㆍ현대화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는 때에 이 공장 일꾼들과 노동 계급은 난관 앞에 주저앉아 일떠설(일어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동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화학섬유공장에선 “새로 꾸린 생산공정들을 마감 단계에서 조립하고 당장 시운전을 하자고 하는 현시점에서까지도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임시방편)으로 하고 있다”며 “똑똑한 개건 현대화 방안과 기술 과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전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앞서 신의주화장품공장도 찾았다. 방직ㆍ화학섬유 공장과 대조적으로 칭찬 일색이었으나 “생산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 시찰은 다중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일단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김 위원장이 이번 행보로 드러내려 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의미심장한 건 지역이다. 2001년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ㆍ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의 파장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이듬해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이 신의주고, 신의주 시찰 전 김 위원장이 들른 신도군은 북중 합작의 상징인 황금평 경제특구(2011년 착공)가 포함된 지역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경협 관련 북중 정상 간 논의 도중 대상지로 거론되면서 신의주 일대가 전략적 행선지로 정해졌을 것”이라며 “비핵화 진정성이라는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했다.
대내적으론 급속한 정세 변화 속에서 혼란을 느낄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 또한 없지 않을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경각심을 환기시켜 관료들이 실제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는 한편, 경제 발전을 약속한 자신의 관심이 결국 민생을 챙기는 데 있다는 걸 인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으리라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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