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교육감 첫 업무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589명의 행정처분 취소
헌재 결정에 자사고 폐지 제동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靑 불가 입장 표명 험로 예고
2일 대한민국 지방교육을 책임질 민선 4기 교육감들이 일제히 임기를 시작했다. 민심이 6ㆍ13 지방선거를 통해 17개 시ㆍ도 중 14곳에서 진보 후보를 선택하며 공정교육과 학교혁신에 대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이들이 특권교육의 상징으로 규정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와 논쟁이 첨예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이슈 등 돌출 현안이 불거지면서 ‘진보교육감 2기’의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 시ㆍ도교육감들은 이날 대부분 취임식을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대체했다. 장마와 태풍 북상에 따라 공공기관이 재난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학교시설물 점검 등 현장 행보로 조용하게 업무에 들어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직원들만 참석한 취임식에서 “앞으로 한 달을 ‘특별경청기간’으로 정하고 ‘열린교육감실’을 운영하겠다”며 2기 행정의 방향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징계를 받은 초ㆍ중등 교사 589명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작업을 첫 공식 업무로 택해 확실한 진보 색채를 드러냈다.
진보교육감들이 맞닥뜨린 첫 시험대는 자사고 문제다. 헌재가 지난달 28일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지원을 금지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이어 궁극적으로는 폐지를 염두에 뒀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진보교육감들은 전국 46개 자사고 중 80%가 넘는 38곳을 관할하고 있다. 조 서울교육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외국어고(외고)ㆍ국제고 지원자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며 자사고처럼 중복지원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선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들이 헌재 결정에 굴복해 궤도를 수정한 것은 아니다. 조 교육감은 “(헌재 결정은) 자사고의 학생 선점권을 유지해 일반고 황폐화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한만큼 올해는 예외적으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 지원자의 중복지원을 받아들이겠지만 이들 학교의 폐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자사고 불합격 학생들을 원거리 비평준화 지역 미달 고교에 배정토록 해 헌재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A교육청 관계자도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는 게 시행령 기본 취지인데 중복지원이 허용되면 고입 동시 실시는 허울만 남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도 출발도 전에 난관에 빠진 상태다. 전교조는 진보교육감들의 ‘친정’과 다름없다.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을 비롯해 전교조 출신 시ㆍ도교육감은 10명에 달한다. 선거 과정에서 대부분 전교조 노조전임의 휴직 허용과 전교조 법외노조 폐지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난달 20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정부가 직권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쐐기를 박으면서 당장 뾰족한 대응 수단을 찾기 어려워진 상태다. 개별 교육청이 노조 전임자 휴직을 인정하더라도 교육부가 받아줄 리는 만무한 상황이다. B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이 지난달 당선인 자격으로 청와대 앞 전교조 농성장을 찾아 힘을 실어주는 등 노조지위가 회복돼야 한다는 원칙은 수차례 밝혔다”면서도 “대법원 판결 전 청와대와 정부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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