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Comet)은 우리말로 살별, 혹은 나그네별이라 불린다. 긴 꼬리를 달고 화살처럼 날아가는 별, 정처 없이 떠도는 별이라는 의미다. 물론 별(항성)은 아니고 정처도 없지 않아, 길든 짧든 나름의 주기와 경로로 행성 지구처럼 태양 궤도를 도는 존재다. ‘템펠 1호(공식명칭은 9P/Tempel)’는 5.58년 공전 주기로 태양을 도는 단주기 혜성으로 1867년 인간의 눈에 띄었다. 커다란 산 두어 개를 뒤집어 포개놓은 정도의 크기(7.6km x 4.9km)라고 한다. 그 애먼 별에 인류가 커다란 쇳덩이를 집어 던져 보기로 한 까닭은 우선 혜성의 정체(핵의 구성성분)와 형성의 비밀을 일부나마 풀어 보기 위해서였다. 1998년 영화 ‘딥 임팩트’에서처럼, 실제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위력 테스트의 의도도 있었을지 모른다.
계획이 처음 나온 건 영화보다 앞선 1996년이었다. 실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은 크고 궤도 이탈 등 부작용은 없을, 적당하고 만만한 타깃으로 찍힌 게 템펠 1호였다. 먼 공간을 날아 혜성을 정확히 맞추는 것도 엄청난 과학적ㆍ기술적 도전이었다. 그 계획에 3억3,000만달러가 들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혜성 탐사선 ‘딥 임팩트(Deep Impact)’는 2005년 1월 12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델타2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탐사선에는 각종 탐사ㆍ분석ㆍ통신 장비 외에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370kg짜리 충돌기(impactor)가 실렸다. 탐사선은 자체 로켓 점화로 몇 차례 궤도를 수정해 가며 시속 10만3,000km 속도로 174일 동안 4억2,900만km를 날아 6월 말 혜성에 근접했고, 7월 3일 새벽에 충돌기를 분리했다. 협정시 기준 7월 4일 새벽 5시45분, 충돌기는 시속 3만7,100km의 속도로 혜성과 충돌했다. 다이너마이트 4.5톤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위력이었다고 한다. 2년 뒤 별도 탐사선으로 확인한 결과 날벼락을 맞은 템펠 1호 표면에는 지름 15m에 13층 빌딩 하나가 꽂힐 깊이의 흉터가 남았다.
세계의 학자들은 온갖 천체망원경 앞에 모여 탄성을 질러 가며 세기의 우주 불꽃 쇼를 관찰했고, 4억km 너머의 작은 목표물을 맞혀 낸 우주과학의 성취에 환호했다. 현재와 미래 인류를 위한 꽤 유의미한 데이터도 챙겼을 것이다. 인류가 지구 외의 천체에 의도적으로 물리적 상해를 입힌 첫 사례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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