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로 부채 대폭 증가, 미중 무역전쟁도 뇌관
북한은 개방 원할 것… 통일비용 문제 안돼
가장 먼저 투자할 곳은 관광산업 “피자집 열어도 성공할 것”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76)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세계 경제가 최근 70~80년 기간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경제 개방은 한반도를 ‘베어 마켓’(약세장)과 거리를 둘 수 있게 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저스 회장은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몇 년 안에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세계 증시도 ‘베어 마켓’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8년 이후 10년간 진행된 양적 완화로 부채가 대폭 증가한 데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 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대차대조표 상 자산ㆍ부채ㆍ자본 등 규모가 10년 만에 500% 이상 증가했다”며 “부채가 없었던 중국이 돈을 풀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했지만 이제는 중국도 부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그는 “무역전쟁을 통한 승자가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무역전쟁이 경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역사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반도가 세계 경기 후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은 앞으로 10~20년간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개방되고 북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세계 경기 후퇴에 따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개방 의지, 통일비용 문제 등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평가했다. 로저스 회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막내 아들인 김정은을 선택한 것은 스위스 유학 경험으로 외부 세상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북한 주민들도 외부 조건이 허락하는 한 빨리 개방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예상하지만 그만큼 군비 절감도 상당할 것”이라며 “과거 독일 통일 당시에는 주변에 부유한 국가가 없었지만 지금은 중국, 러시아 등 북한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 이웃 국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방할 경우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력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분야로는 관광산업을 꼽았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 80년간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던 북한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북한에 피자 체인점을 연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2015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북한 채권과 화폐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로저스 회장의 방한은 삼성증권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며 성사됐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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