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중 부회장 거취를 둘러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내홍이 볼썽사나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송 부회장 해임 여부를 결정할 임시총회를 하루 앞둔 2일 한겨레신문에 ‘경총이 이사회 보고, 승인 없이 사업수익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일단 경총이 기업의 단체교섭 위임사업 등 용역사업 수익 예산 등을 빼돌려 이사회나 총회 보고 및 승인 없이 ‘비자금’을 조성,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전용 금액은 연간 15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자금 조성 책임자로 거론되는 김영배 전 부회장은 “상여금 지급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다. 회계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업수익 등을 임직원 상여금으로 지급하면서 사전ㆍ사후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점은 기업 회비로 운영되는 경총의 내부 경영ㆍ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방만한지 보여준다. 김 전 부회장이 부인하고 송 부회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사업수익을 빼돌린 게) 비자금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지만 외견상 비자금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다. 실제 경총은 삼성전자서비스 단체교섭을 대신해 주기로 하고 수임료를 받았지만 수입ㆍ지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고,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측과의 노조 와해 공모 혐의로 경총을 압수수색한 바 있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기업과 사용자 입장을 대변한다.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듯 경총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에서 기업을 대신해 사회적 타협안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4월 노동부 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의 취임 이후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된 입장차와 내부 갈등으로 두 달 넘게 내홍을 겪으며 노동 현안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 경위와 회계 처리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수십억 원의 예산이 임의로 사용된 것은 경총 운영의 오점이다. 임시총회의 결론을 예상할 순 없지만 경총은 신속히 내부 추문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한 뒤 철저한 내부 혁신을 통해 건강하고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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