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상력 극대화 위해 모두 선정한 듯… 수주 총력 지원"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위한 첫 관문인 예비사업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애초 경쟁자였던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모두 예비사업자에 포함돼 앞으로 이들 국가와 치열한 수주전을 계속해야 할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이 사우디 원전 건설을 위한 예비사업자로 선정됐음을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으로부터 공식 통보 받았다고 1일 밝혔다.
당초 사우디 원전 사업에는 한국,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국 원전 사업자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5개국 정부는 그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고위급을 접촉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왔다.
올 5월쯤 2, 3개국만 예비사업자가 될 거란 전망을 깨고 사우디는 예상보다 늦게 5개국을 모두 예비사업자로 결정했다. 각국의 외교 구애를 감안하는 한편, 마지막까지 5개국의 경쟁을 유도해 최대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으려는 사우디의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우디의 협상 전략으로 평가되는 만큼 본입찰 과정에서 각국 간 다양한 합종연횡 가능성에도 면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탈(脫)원전 정책에 직면한 국내 원자력산업의 돌파구로 원전 수출을 기대했던 정부와 업계 입장에선 이번 결과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를 포함한 2, 3개국만 예비사업자에 선정됐을 경우 수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여전히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5개국 사업자 모두가 선정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2일 백운규 장관 주재로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등 관련 기업과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사우디 원전 최종 수주를 위한 지원방안을 점검하고 ‘사우디원전지원센터’ 설치 등 향후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5개국이 모두 선정돼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강조하고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사우디는 국가 원자력에너지 사업으로 2030년까지 2.8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안에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또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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