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를 이끌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섰던 주장 기성용(29ㆍ뉴캐슬)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함께 기둥 역할을 맡았던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도 태극 마크 반납을 암시했다. ‘2012년 런던 세대’가 저물게 되면서 대표팀에도 본격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 전망이다.
기성용은 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정도 마음은 정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 커리어에 있어서 소속팀에 집중할지 대표팀을 좀 더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국 축구가 앞으로 4년간 장기 플랜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내가 대표팀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대회를 두고 “마지막 월드컵이었다”고 못박기도 했다. 다만 “아직 확실히 결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어느 시기가 되면 직접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월드컵 조별리그 직후 대표팀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바로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뉴캐슬과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이날 돌아왔다. 뉴캐슬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위를 기록한 팀으로, 명장 라파엘 베니테즈(58) 감독이 이끌고 있다. AC밀란, 웨스트햄, 풀럼 등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은 기성용이 ‘빅클럽’ 뉴캐슬을 선택한 것도 대표팀 은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유럽 진출 이후 어떤 결정을 할 때 대표팀에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까진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많이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선택했다”고 뉴캐슬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구자철 역시 지난달 28일 조별리그 독일전 직후 “고민해 볼 시간을 가지려 한다”면서 “내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한 바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내며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88~90년생을 주축으로 ‘런던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2009년 U-20 월드컵 8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 등 굵직한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런던 세대’가 하나 둘 은퇴 뜻을 내비치면서 대표팀 구성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독일전 주장완장을 차고 2-0 승리를 이끈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이재성(전북 현대), 문선민(이상 26ㆍ인천),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 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 등 20대 초 중반 젊은피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김민재(22ㆍ전북 현대), 권창훈(24ㆍ디종) 등 월드컵에 나서지 못 한 재원들도 가세하면 세대교체 흐름에도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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