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공무원 이상명씨 역사소설 ‘대림산성’출간
민초들의 대몽항쟁 스토리 단편소설로 엮어
현직 공무원이 민초들의 대몽 항쟁을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을 펴냈다.
충북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이상명(47)농촌지도사가 최근 발표한 단편소설 ‘대림산성(밤의 꽃)’은 고려시대 항몽 유적지인 충주 대림산성을 무대로 삼았다.
소설은 백발이 된 주인공 명이가 어린 손녀와 대화를 나누다 회상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1231년 몽골군 1차 침입 때 부모를 잃은 명이는 스님의 심부름을 가던 중 몽골군에 사로잡혀 끌려가게 된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고된 노역을 하던 명이는 고려 왕실에서 볼모로 잡혀 온 가휘공주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후 가회공주는 고국으로 돌아오고, 명이는 몽골군의 고려 침입 때 극적으로 탈출해 고향에서 승장 김윤후 장군을 만난다. 거기서 강화도 고려왕실로 돌아가지 않고 김 장군에 합류한 가휘공주를 조우한다. 두 사람은 대림산성에서 고려의 가장 낮은 민초들과 함께 70일 동안 몽골군에 맞서 싸운다. 전투 마지막 날 공주는 몽골 왕자가 쏜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고, 고려군은 승리하며 산성을 지켜낸다.
지역에서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 지도사가 이런 역사소설을 쓴 것은 대림산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일대에 자리한 대림산성은 1253년 몽골의 5차 침입 때 충주방호별감 김윤후 장군 지휘아래 관노 등 천민들이 적을 물리친 항몽유적지이다.
가장 하찮은 존재인 민초들이 죽을 힘을 다해 최강의 몽골군을 꺾었다는 점에서 대몽항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역사적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대림산성의 항몽 투쟁은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99년 이 산성이 충북도기념물(110호)로 지정되긴 했지만, 역사적 가치 조명이나 유물·유적 조사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향산리에서 나고 자란 이 지도사는 “당국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져 가는 대림산성의 존재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서 되도록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이야기를 엮었다고 한다. 고아가 된 주인공을 양자로 들인 지광수 도령, 우본 스님, 김윤후 장군 등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몽골 침입 시기에 활약한 실존 인물들이다.
그는 “치욕과 패전의 역사인 남한산성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면서도 정작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항쟁 역사는 잊고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도사는 대림산성의 항몽 투쟁사를 시나 뮤지컬 각본 등 다양한 문학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충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