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말 평양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 후속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굼뜨게 움직여온 상황을 감안할 때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이 성사되면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북미가 후속협상에서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등을 비롯한 비핵화 논의에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미군 유해 송환 작업에 돌입하는 등 신뢰구축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도 한미 연합훈련 유예 조치로 화답하면서 북미의 상호신뢰는 선순환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비핵화 프로세스에는 실질적 진전이 없다.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 시 핵무기 및 핵물질, 핵시설에 대한 신고ㆍ검증 절차를 담은 대략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라도 북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중국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완화 논의가 꿈틀대면서 북미 후속협상에 난기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유엔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하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왔고, 또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제재의 고삐를 풀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안에 대한 전면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경고를 보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이행 태도에 따른 제재 변경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정신에 따르더라도 비핵화 협상 도중에 대북 제재 완화 문제는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의 얼개조차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북 제재 완화 논의는 시기상조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라 제재 완화를 논의해도 절대 늦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이후 비핵화 협상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 주장은 북한의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