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당 쇄신작업의 성패가 달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 압축 작업을 시작한다. 당 안팎에서 자천타천 수십 명의 인사가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라있는 가운데 예상을 뒤엎는 ‘깜짝 발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예고된 스케줄이 늦어지면서 한국당을 위기에서 살려낼 얼굴로 대어를 낚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회는 이번 주 초까지 비대위원장을 인선한다고 밝혔지만 다음 주로 시점을 연기했다. 안상수 준비위원장은 1일 통화에서 “현재 40명 이상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이번 주말까지 5, 6명으로 추린 다음 의원총회를 열어 선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당 안팎에서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김형오ㆍ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았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정욱 헤럴드 회장 등도 언급되지만, 대부분 본인이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의 경우 제안이 오면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안 위원장은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분일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본보기로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범진보진영 인사를 전격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보수진영 인사로는 ‘김종인 모델’급 파괴력을 내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안 그래도 벼르고 있는 당내 의원들과 보수 지지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만큼 진보색 짙은 비대위원장을 인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에선 영입인사의 급이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거론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 뿐만 아니라 ‘얼마동안 맡느냐’도 아직 결정되지 못한 상태다. 한국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대표 사퇴로 새 대표를 뽑을 경우 임기는 전임자의 남은 임기가 된다. 6ㆍ13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준표 전 대표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인 만큼 차기 대표는 약 1년 간만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2020년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표 선출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차기 대표 취임 시점은 9월 정기국회 전과 후,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비대위원장 인선 뒤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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