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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사생활 침해 vs 범죄 척결… 안면인식 기술의 명암

입력
2018.07.01 15:15
수정
2018.07.01 17: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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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 식별 정확도 높아져

흑인 등 무고한 피해 줄었지만

이민자 등 감시에 악용 소지

시민단체 반발로 개발사도 곤욕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 AP 연합뉴스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 A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캐피털 가제트’ 신문사에서 총기 난사로 5명을 살해한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이용된 것은 안면인식 시스템이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입을 닫고 신분증도 갖고 있지 않았으나 경찰은 메릴랜드이미지저장시스템(MIRS)을 통해 신원을 특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의 사진을 700만명의 메릴랜드주 운전면허증 사진, 주 범죄자 관련 300만건의 이미지 정보, 2,500만건의 연방수사국(FBI) 범죄자 정보와 대조해서 재러드 라모스(38)로 밝힌 것이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범죄 수사에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인 셈이다. 메릴랜드 경찰당국은 성명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이 원래 계획한 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며 “앞으로 그래왔듯이 범죄와 싸우는 데 가치 있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고 밝혔다.

안면인식시스템의 기술적 결함도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그간 흑인들을 식별하는 데선 정확도가 떨어져 경찰이 무고한 흑인을 체포하려다 폭력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최근 피부색 식별의 정확도를 높여 흑인 여성들의 경우 오류 횟수를 20배가량 줄였고 전체 여성의 경우 9배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면인식 기술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위축시키고 국가 기구의 시민 감시 활동을 강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감시 사회’의 기술적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015년 경찰에 의한 흑인 청년 사망으로 촉발된 ‘볼티모어 폭동’ 당시에도 경찰이 시위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됐다. 불법 시위자 검거가 명분이었지만, 경찰이 과잉 단속에 나설 경우 안면인식 시스템 확산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으로 이민 규제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활용되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공항, 학교, 길거리 등 곳곳에 설치돼 유색 인종이나 이민자, 반정부 인사 등을 감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시민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인 ‘레커그니션(Rekognition)’을 개발ㆍ판매하는 아마존의 경우 일부 주주들과 시민단체들은 최근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개발ㆍ판매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아마존은 어린이를 비롯한 실종자 수색 등 좋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헤링턴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업체들은 아마존이 소송에 휘말려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이 시스템을 납품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도 올 1월 내부 직원들이 CEO에 “이익에 앞서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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