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경찰, 농협금품선거 봐주기 논란
경북 안동경찰서의 동안동농협 임원선거 금품살포사건(6월21일 13면 등) 수사가 이상하다. 수사의 ABC를 무시한 봐주기라는 지적이 파다하다. 보고 누락과 봐주기를 넘어 사건자체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 경찰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사건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건은 5월24일 동안동농협 감사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벌어졌다. 감사후보 A씨 측근 B씨가 대의원 C씨에게 A씨 지지를 호소하며 현금 50만원을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얼떨결에 돈을 받았다는 C씨는 돌려주려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번호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C씨는 이틀 뒤 관할 파출소에서 관련사실을 진술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는 “당선 되면 C씨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미리 식대조로 맡겨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명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어느 누가 당선 여부도 알지 못하는데 축하연 식당부터, 그것도 밥값까지 선불로 예약한단 말인가. 선거 다음날 그 식당에서 모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선인 측은 식대를 따로 계산했다. C씨는 당선인측을 만난 자리에서 이틀 전 받은 50만원을 돌려 주었다.
이는 경찰이 선거사범 수사 매뉴얼을 무시한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뉴얼에 따르면 선거 수사는 관련자를 데려와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영상녹취로 진술을 받고 지방경찰청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안동경찰서 간부는 “그게 무엇이냐, 사건이 하도 많아서…”라며 모른다고 하더니 그 다음날엔 “지방청에 보고했다. 영상녹취를 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앞서 지난 1월에 불거진 동안동농협조합장 금품살포 사건도 깃털급 1명만 법정에 세우는데 그쳤다. “안동경찰은 선거사건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 전직 경찰은 “이건 어느 나라 수사기법이냐”며 “이래서 자율적 수사가 되겠나”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에 일부 도입한 자치경찰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역토착세력과의 유착이 우려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가경찰인 지금도 이 모양인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또 해당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치경찰제가 되면 수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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