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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전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법리, 그리고···

입력
2018.07.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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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동자예요. 물건을 픽업하러 가면 콜한 데서 기사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무슨 사장이 박스 나르고 그럽니까. 저한테 사장님 소리를 하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요.” 이것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르포르타주인 ‘사장님도 아니야 노동자도 아니야’(2013, 창비)에 실린 한 택배기사의 인터뷰다. 특수고용노동자(흔히 ‘특고’라 줄여 말한다)는 주로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ㆍ도급 계약 등을 맺기 때문에 자주 근로자의 범위에서 배제되며, 그로 인해 사회보험이나 노동법의 보호에서도 제외되곤 한다. 위 인터뷰 내용은 특고의 이런 처지를 잘 드러낸다.

학습지 교사는 대표적인 특고 직종이다. 위 책에선 학습지 교사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우리는 학생들 만나는 순서 빼고는 일과를 다 회사에 통제 당해요···. 사무실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죠. 모든 작업은 다 사무실에서 일정하게 정해준 대로 진행되는 거죠. 그리고 회사에서 수수료 갖고 장난질을 해서 월급이 자꾸 내려가요. 40퍼센트였던 게 38퍼센트, 35퍼센트까지 내려갔어요.” 여기에 나온 수수료율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 학습지 교사 노조는 회사와 단체교섭을 시도했고, 그것은 교사들의 계약 해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습지 교사 노조는 2007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수수료율 문제를 놓고 재능교육과 단체교섭을 시도했다. 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자 노조는 재능교육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회사는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고, 이 경고를 따르지 않은 교사들은 결국 2010년 차례차례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된 교사들은 노조활동 방해 및 부당해고를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교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능교육 측의 계약해지는 노조를 깨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며 교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지난 6월 15일 선고됐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을 지지했다. 그 이유로서 대법원은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재능교육에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교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특고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즉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그 사업자가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ㆍ전속적인지, 그리고 지휘ㆍ감독관계의 존재 및 노무제공자의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노무제공자의 전속성 등을 근로자성 인정 지표로 삼는 것은,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해서 일하는 그들의 근로 실태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여러 직장에서 일하는 파트 타이머를 근로자라고 보면서도, 특고에 대해서만 전속성과 특정 사업자에 대한 의존성 등을 요구할 근거도 약하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특고 직종에게 이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선 더 세심하게 현실을 살펴 법리를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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