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패션업계 비수기로 알려진 여름을 맞아 업체들이 ‘리조트룩’으로 불황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욜로(YOLOㆍ인생은 한번뿐)’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휴양지 등에서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의상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리조트룩은 휴양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올 들어 판매량이 더욱 늘고 있다. 30일 전자상거래업체 G마켓에 따르면 리조트룩으로 분류되는 롱원피스 및 점프수트 판매는 최근 한달간(5월25일~6월24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고, 로브(느슨한 가운 스타일의 옷)류의 롱 카디건 판매도 9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리조트룩 의상들은 하늘거리는 원피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품이 넉넉한 블라우스와 바지, 슈트 등 주로 몸에 붙지 않고 여유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리조트룩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 브랜드에서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캐주얼 브랜드에서 아웃도어, 골프웨어까지 잇달아 리조트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는 일찌감치 올 여름 콘셉트를 ‘산책(Stroll)’로 정하고 나른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시크한 세련미를 갖춘 리조트룩 제품들을 선보였다. 야자수와 꽃무늬 등을 활용해 휴양지는 물론 도심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 강점이다. 소매가 없는 디자인이지만 어깨를 감싸 과도한 노출을 피하고 목 부분에 니트를 매치해 포인트를 준 원피스나 야자수 무늬를 레이스 원단에 프린트한 블라우스, 흰 옆선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 등이 주요 제품들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는 ‘이그조틱 웨이브(Exotic Waveㆍ이국적 정취)’를 주제로 휴양지 특유의 여유로움을 담아낸 ‘리조트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하늘하늘한 소재, 선명한 색상, 화려한 프린트를 적용해 여행지에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보브 측의 설명이다.
올 여름 리조트룩 제품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로브다. 야외에서는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고 실내에서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차단해주는 역할도 하는 로브는 티셔츠나 수영복과도 잘 어울려 휴가지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샤트렌이 선보인 트로피컬 로브는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디자인과 원단으로 만들어져 휴양지는 물론 일상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실용성을 강화한 리조트룩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웨어 세컨스킨은 기존 인기 제품인 ‘타이다이 라인’을 리조트룩 스타일로 새롭게 선보였다. 타이다이 라인은 묶어서 염색하는 고급 핸드메이드 기법을 적용한 은은한 그라데이션 디자인이 특징으로, 드레스나 스커트 등 여름 휴양지에서 입기 좋은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다. 실용성과 합리성을 두루 갖춰 일상 패션으로도 착용 가능하다.
유니클로도 올 여름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리조트웨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토마스 마이어와 협업해 진행된 이번 컬렉션은 여름 시즌에 더욱 돋보이는 강렬한 색상과 마이어의 시그니처인 야자수 패턴을 적용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패밀리 아웃도어족을 겨냥한 리조트웨어 ‘노마드(Nomad) 라인’을 선보였다. 이번 노마드 라인은 상록수와 야자수를 형상화한 그래픽과 패턴을 적용한 패밀리룩 콘셉트의 리조트 웨어로 이번 시즌에는 성인과 아동용 래시가드, 보드숏팬츠 외에 처음으로 긴 기장의 로브도 선보였다. 여성복 브랜드에서 주로 선보이던 로브를 아웃도어와 접목시킨 점이 이색적이다. 노마드 라인의 로브는 시폰 소재 사용으로 부드러운 착용감과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상록수 로고 변형 그래픽과 탈부착이 가능한 허리라인 스트랩을 적용해 휴양지는 물론 일상에서도 연출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
여지수 세컨스킨 브랜드디자인팀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행과 여가를 즐기는 욜로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리조트룩도 덩달아 떠오르고 있다”며 “휴양지를 넘어 일상 생활에서도 착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업계에서는 장기간의 부진을 돌파할 효자 상품으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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