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다음달 말 미국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무역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인데,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양측의 갈등을 해소할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융커 위원장 스스로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관세 폭탄 부과에 대한) 유럽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EU 28개 회원국을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EU산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EU도 28억 유로(3조 6,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맞대응했다. 미국과 EU의 무역 갈등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양쪽의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융커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볼 때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이날 미국 방문 계획을 밝히면서 비관적인 어조로 “미국과 EU 사이에 합의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무역에 관해 유럽의 분열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긴 싫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EU 전체보다 EU 개별 회원국과의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비난했다. 이날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관세폭탄 투하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성토하면서 EU 집행위원회의 법적 대응, 대미 보복 관세도 지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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