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귀국·해단식
손흥민 “대표팀 발전 위해 노력”
조현우 “더 사랑받는 선수될 것”
장현수 “힘내, 말해준 팬들 감사”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귀국길은 한결 가벼웠다.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태극전사들은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많은 환영 인파 속에 해단식을 진행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1무2패) 탈락이라는 같은 결과를 안고 돌아왔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 귀국장은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의 현수막이 걸리고 호박 엿 사탕이 날아들었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 대표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대표팀이 500여 명의 취재진과 축구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귀국장 문이 열리자 팬들은 환호와 함께 “잘했다” “수고 많았다”는 말로 격려했다. 일부 팬들이 날계란과, ‘엿사탕’을 상징하는 기다란 베개를 던지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했지만 선수단은 팬들을 향해 고마움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마지막 독일전에서 희망을 봤다”며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여기서 취하지 않고 더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선제 결승골을 넣었던 김영권(광저우)은 “독일전 후 조금은 (팬들의) 비난을 찬사로 바꾼 것 같아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찬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매 경기 눈부신 선방쇼를 펼쳐 영국 BBC가 선정한 조별리그 베스트 11에 손흥민과 함께 꼽힌 ‘대 헤아’ 조현우(대구)는 “꿈꾸던 월드컵에 출전해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이제 막 귀국해서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다. 국민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고, 더 유명해져서 유럽 무대로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잦은 실수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장현수(FC도쿄)는 “안 좋은 경기력 속에 팬 응원이 있어 독일전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며 “소수의 팬들이 ‘힘내라’고 말해준 것이 큰 힘이 됐고, 앞으로 축구를 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에 가기 전 7월에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국민이 밤늦게 응원해줘서 1%의 기적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이 꼽은 최고의 순간은 역시 독일전이다. 손흥민은 “독일을 이겼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김영권의 선제골이 나온 뒤 비디오 판독을 할 때 ‘무조건 골’이라는 느낌이 있었고, 득점으로 인정됐을 때 다 같이 기뻐했던 순간이 제일 좋았다”고 설명했다. 김영권은 “사실 앞에서 공이 잘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걸 잡아야 하나, 바로 때려야 하나 짧은 순간 고민했지만 한번 잡아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잡고 때렸다”고 짜릿했던 득점 순간을 돌이켜봤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손흥민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와 신태용 감독의 거취였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김학범) 감독님이 뽑아줘야 갈 수 있다”며 “구단(토트넘)과도 얘기를 한 상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7월말로 계약이 끝나는 신 감독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됐다”면서 “이제 막 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지금 답변 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해단식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조병득 부회장, 홍명보 전무 등 축구협회 임원들이 참석해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스태프들을 격려했다.
영종도=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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