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가 4개월 만에 꺾였다. 제조업은 반도체 수출 호조, 철강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체감경기가 호전됐지만, 비제조업은 도소매, 운수 업종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대중 무역마찰, 수입 규제 등 미국발 악재가 해당 산업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당국의 분석 한편으로, 내수 부문의 체감경기 악화도 심상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 BSI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80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값이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업황 BSI는 지난해 12월(81)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하다가 3월(77) 보합, 4월(79)과 5월(81)엔 상승하다가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업황 BSI(80)은 2포인트 올랐다. 올해 3월(74) 이후 석달째 상승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전자영상통신장비(89)가 11포인트, 중국발 철강가격 상승에 따라 1차금속(74)이 7포인트 올랐다.
반면 비제조업 업황 BSI(80)는 4포인트 내렸다. 운수업(79. 11포인트 하락), 숙박업(70, 10포인트 하락), 도소매업(80, 9포인트 하락) 등 서비스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전체 서비스 산업의 업황 BSI(80) 역시 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미국 수입규제 등으로 일부 수출 관련 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전체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화학제품의 업황 BSI가 6포인트 하락한 점 등이 근거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업 지수 악화 역시 (내수경기와 밀접한)소매업보다는 무역에 관여하는 도매업 부문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수입규제에 따라 철강제품 등의 거래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중 업황 BSI 지수 하락폭이 큰 품목 가운데 식료품(72, 8포인트 하락)과 음료(72, 7포인트 하락) 등 내수 주력 업종들이 포함됐고, 비제조업 부문 역시 서비스업 위주로 지수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내수가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숙박업, 운수업 부진은 날씨 좋은 봄철도 아니고 본격적 여름휴가철도 아닌 6월의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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