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8년차. 그러나 박경은 오늘도 새로운 변신을 꿈꾼다.
최근 박경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새 싱글 ‘INSTANT(인스턴트)’ 발매 기념 인터뷰를 통해 스타한국과 만났다.
박경의 신곡 ‘INSTANT’는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얼터너티브 펑크스타일의 곡으로, 모든 것이 쉽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인스턴트에 빗댄 표현이 인상적이다.
지난 해 1월 첫 번째 솔로앨범 ‘노트북(NOTEBOOK)’을 발표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싱글 앨범으로 찾아온 박경은 ‘보통연애’로 시작해 ‘자격지심’ ‘오글오글’로 이어졌던 연애 3부작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비주얼적으로도 변신을 선보이고 싶어 6kg를 감량했다는 말로 놀라움을 자아낸 박경은 ”달라진 모습이고 싶었다“고 자신의 속내를 전했다.
”박경이라는 가수가 달달한 사랑 이야기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귀엽고 샤방샤방한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요.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다 보면 점점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죠.“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무너트리겠다는 박경의 포부는 ‘인스턴트’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박경은 이번 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 가사와 피처링, 그리고 편곡을 꼽았다.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통해 전에 제가 했던 사랑에 관한 귀여운 음악에 국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특히 편곡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죠. 또 피처링을 해 주신 SUMIN(수민) 씨를 모시려고 직접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소문에 나서기도 했었고요.“
박경의 자신감 있는 소개에 자연스레 피처링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수민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박경은 ”무려 4개의 루트를 통해 수소문했다“며 수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수민 씨는 앞서 블락비 앨범 작업에도 참여하셨던 분이고, 블락비 멤버 비범의 곡을 작업하기도 하셨어요. 수민 씨의 솔로 작업물들을 들어보다가 제 곡에 피처링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컨택에 성공했죠. 워낙 실력이 좋으셔서 어차피 빠른 시일 내에 잘 되실 분이라는 생각에 유명해지기 전에 제 앨범을 통해 선점하고 싶었거든요.(웃음) 과거 제 믹스테이프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크러쉬에게도 같은 느낌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수민 씨 역시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무도 모르지만 저 혼자 느끼는 자부심이 있어요.(웃음)“
그룹 블락비로 활동할 때와 달리 솔로 활동에서는 늘 자신의 자작곡을 선보이고 있는 박경은 ”저에게 맞는 옷은 제가 만들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제 스타일로 곡을 써주실 수 있는 분이 있을까 싶어요. 제 음악은 저만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가 딕션이나 발음 등이 굉장히 특이하다 보니 저한테 맞는 옷은 제가 만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거든요. 덕분에 저는 항상 제 음악에 만족해요. 자만은 아니고, 제 스스로가 제 음악을 사랑하는 거죠. 제 스타일로 써서 그런지 듣기에 너무 좋아서, 혼자 있을 때도 제 곡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신곡 ‘인스턴트’ 역시 박경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애정과는 상반되게도 박경은 ‘인스턴트’에 기대하는 음원 성적에 대한 질문에 ”순위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음원 순위를 신경 안 쓴다는 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이 노래는 작업 당시부터 대중성을 초점으로 만든 곡이 아니었어요. 대중적으로 차트 성적을 기대하며 만든 곡에는 중독적인 훅이 있는데, 이 곡은 그런 장치들도 없거든요. 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의미를 담은 대신 대중적인 흥행에 초점은 맞추지 않은 노래이기 때문에 차트 성적 역시 좋다면 감사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아요.“
블락비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7년, 어느덧 20대 중반을 넘어선 박경은 군 입대라는 또 다른 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2년의 공백기에 대한 부담감이 클 법도 하건만, 박경은 의외로 담담하게 입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시기가 되면 가야 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나 걱정은 없어요. 다만 입대 전에 더 자주 제 음악들을 들려드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직 자세한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더 자주 제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그런 시간들을 통해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어 박경은 남은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 블락비로서의 활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아직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 진 게 아니라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저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블락비라는 그룹은 멋있었으면 해요.“
데뷔 이후 7년 이라는 시간 동안 성격도, 음악 스타일도 변화를 겪어왔다고 입을 연 박경은 ”요즘에는 마음이 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꺼냈다.
”데뷔 초와 비해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이나 직업적인 성공 등이 제 인생의 중심이었다면 요즘에는 여전히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주가 되진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어떻게 시간 활용을 잘 할 것인가 등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그러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변화죠.“
데뷔 7년, 아직도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박경에게는 이번 앨범 역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박경에게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물었다. 꽤 오랜 시간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오던 박경의 ‘목표’는 생각보다 귀여웠다.
”저의 가능성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음원 사이트 별점이 조금 높았으면 해요.(웃음) 별점의 척도가 곡의 좋고 나쁨도 있겠지만 아티스트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평가하는 잣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별점이 조금 높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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