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0%까지 비율 늘리기로
민간 부문엔 인센티브 통해 유도
2003년 참여정부 땐 정착 실패
건설사가 자체 자금으로 주택을 일정 수준 이상 지은 뒤 분양을 실시하는 ‘주택 후분양제’가 공공부문부터 본격 도입된다. 지금은 견본주택만 꾸민 뒤 청약 당첨자가 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건설비를 충당하는 선분양제가 대부분이다. 후분양제는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시도됐지만 시장의 저항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에 정착하는 데엔 실패했다. 민간 부문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후분양제로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과 ‘2018년 주거종합계획’에서 후분양제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경기도시공사 등 공공 기관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 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주택 중 후분양의 비율은 2020년 30%, 2021년 50%, 2022년 70%까지 올라간다. 우선 LH는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시흥장현ㆍ춘천우두 등 2개 단지를 내년으로 미뤄 후분양제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후분양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는 SH는 오는 8월 서울 구로구 항동 단지 400여 가구를 비롯, 올해 총 1,400여 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한다. 경기도시공사는 현재 국토부와 후분양 대상 물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후분양제 정착의 관건이 될 민간 부분 참여를 위해 국토부는 일부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후분양제 시행을 조건으로 내걸기로 했다. 국토부는 먼저 올해 화성동탄2 A-62, 평택고덕 Abc46, 파주운정3 A13, 아산탕정 2-A3 등 4개 부지를 후분양제 전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후분양제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후분양 대출한도를 상향 조정(6,000만~8,000만원→8,000만~1억1,000만원)하고 관련 금리 인하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하고 있는 후분양 대출보증의 보증한도도 총사업비의 47%에서 78%로 올라간다.
대형 건설사 “참여 여부 검토”
중소 건설사 “자금 조달 어려워”
국토부는 후분양 시점에 대해선 60%의 공정률을 달성했을 때로 잡았다. 당초 80%에서 중소 건설사들의 고충 등을 감안해 기준을 낮췄다. 민간 건설사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후분양제가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을 거점으로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모 그룹의 보증을 통해 제도권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어렵다”며 “직접적인 자금 조달의 활로를 정책적으로 뚫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배려 부족, 성급한 적용 등으로 참여정부 시절 후분양제는 실패했다” 며 “이번 정부는 후분양제 정착에 확고하고 유연한 신념을 갖고 있는데다, 이를 현실화할 정책 연속성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어 15년 전과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무주택 서민을 위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65만가구, 공공지원임대 20만가구, 공공분양주택 15만가구 등 공공주택 100만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2020년 이후 임대주택 등록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이와 연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2개월 전에서 1개월 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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