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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6,800배…태양에너지를 잡아라

입력
2018.06.30 10:00
수정
2018.06.30 11: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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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생생과학]

자그마치 385만 엑사줄(EJ)이다. 지구가 1년 동안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는 전 세계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559.8EJㆍ2012년 기준)의 6,877배에 달한다. EJ는 1줄의 10억배의 10억배에 해당하는 에너지 단위다. 1줄은 1뉴턴(N)의 힘으로 물체를 1m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게다가 향후 50억년 뒤 태양이 소멸하기 전까지 제한 없이 이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공급이 안정적이고,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아 태양광 발전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 꼽힌다. 탈(脫) 원자력 발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선봉에 선 것도 태양광 발전이다. 문 정부는 태양광ㆍ풍력발전 등을 늘려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현재 7%)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자의 에너지 차이가 핵심 원리

태양광 발전의 핵심은 태양전지다. 태양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접합해 만든다. 반도체는 상황에 따라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안 통하기도 하는 물질이다. P형 반도체는 규소에 갈륨ㆍ인듐을 합성해 만든, 양공(陽空)이 많이 있다. 양공은 원자에서 전자가 빠져나간 뒤 생긴 구멍이다. 마이너스(-) 성질인 전자가 나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플러스(+) 전하를 띈다. N형 반도체는 규소에 안티몬ㆍ비소 등을 합성한 것으로 전자가 많이 들어있다.

P형과 N형 반도체를 붙이면 접합지점 인근의 N형 반도체에 있던 전자 일부가 플러스 전하를 갖는 P형 반도체로 넘어가게 된다. P형 반도체는 플러스 전하 상태지만, 접합지점과 가까운 부분은 N형 반도체에서 넘어온 전자들로 마이너스 전하를 띄게 된다. 반대로 N형 반도체는 마이너스 전하를 띄지만 전자가 빠져나간 접합지점 인근에선 양공이 생기면서 플러스 전하 상태가 된다.

정증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장은 “P형과 N형 반도체를 붙이기 전에는 두 물질이 가진 전자의 에너지 크기가 동일하지만 접합 뒤에는 전자가 N형에서 P형 반도체로 넘어갔기 때문에 P형 반도체의 전자의 에너지가 N형보다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전자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P형→N형 반도체)으로 흐를 수 있는 미끄럼틀이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햇빛에서 전기를 만드는 마법은 이 다음 단계에서 일어난다. P형과 N형 반도체에 닿은 태양광 입자는 원자 주변의 전자와 부딪힌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원자 주위에는 전자가 일정 궤도로 돌고 있다. 충돌로 에너지가 높아진 전자는 원자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P형 반도체에서 생긴 전자가 미끄럼틀을 타고 N형 반도체로 이동하고, N형 반도체에서 발생한 전자는 그 자리에 머무른다. 전자가 N형 반도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N형 반도체는 음극을 띄게 된다. 반대로 전자가 이동한 P형 반도체에선 양공이 생기면서 양극의 성질을 갖게 된다.

박병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교수는 “두 반도체를 전선으로 연결하면 전자가 음극인 N형 반도체에서 양극인 P형 반도체로 이동하면서 전류(양극→음극)가 흐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 단가, 7년 뒤면 원전보다 저렴

무한하게 쓸 수 있는 태양광을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연구는 19세기부터 시작됐다. 1839년 프랑스 물리학자 알렉산드르 베크렐은 특정 물질이 태양 빛을 흡수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를 방출하는 광전효과를 처음 발견했다. 1954년에는 미국 벨연구소가 세계에서 처음 실리콘 태양전지(전환효율 4%)를 만들었다. 이후 1958년 위성에 태양전지가 탑재됐다. 현재는 위성뿐 아니라 우주개발을 위한 동력원으로 태양전지가 널리 쓰인다. 2011년 8월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목성 탐사선 주노는 약 5년간 28억㎞를 비행해 목성 근처에 도달했다.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노는 1만8,698개 태양전지로 이뤄진 20m 길이 날개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얻어 현재도 목성을 탐사하고 있다.

박병욱 연구교수는 “인공위성에 쓰이는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전환효율이 40~50%에 달하지만, 고가여서 상용화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양광 발전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전환효율은 종류에 따라 보통 20% 안팎이고, 현재 26%까지 보고됐다. 실리콘 태양전지가 이론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전환효율은 약 29%다.

1954년 개발된 최초 태양전지보다 에너지 전환효율이 크게 향상됐고, 지구온난화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일사량이 많은 곳에선 이미 화력발전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을 정도”라고 평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2016년 낸 보고서를 보면 시간당 1메가와트(㎿)를 생산할 때 드는 전 세계 평균 태양광발전 단가는 2012년 184달러에서 2016년 99달러로 크게 줄었다. 일사량이 많은 페루(48달러)ㆍ멕시코(36달러)ㆍ두바이(30달러)에선 석탄화력발전(40~80달러)보다 저렴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조직학회가 폐기물 처리ㆍ사고 위험 등 여러 사회ㆍ환경 비용을 반영한 균등화 발전비용 추산 결과도 비슷하다. 오는 2025년이면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싸질 것으로 나왔다. 30메가와트(㎿) 태양광발전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2025년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 상한액보다 낮아진 뒤 2030년에는 원전 균등화 발전비용의 하한액보다도 적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림이어서 태양전지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고, 일사량이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박병욱 연구교수는 “한국보다 일사량이 적은 독일의 태양광 발전 단가가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내 태양광발전의 발전단가도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일사량(㎡당 900~1,200kWh)은 한국(㎡당 1,400~1,600kWh)보다 적지만 태양광 발전 단가(독일 1kWh당 90원ㆍ한국 150원)는 독일이 오히려 더 싸다.

우주 태양광 발전 논의도 속속

최근에는 아예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해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태양전지가 달린 발전 위성에서 모은 태양에너지를 극초단파 형태로 지구에 보내면, 대형 안테나가 수신한 뒤 전기로 바꿔 송배전하는 방식이다. 밤낮이 바뀌는 지상 태양광 발전과 달리 24시간 내내 태양에너지를 모을 수 있고, 태풍 등 기상 현상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훨씬 효율적이다.

앞서 2011년 국제우주학회(IAA)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가 30년 안에 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듬해 중국과학원은 “2030∼2050년 사이 첫 상업용 우주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직접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화성 식민지 개발,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가 주도하는 달 정착지 건설 계획 역시 태양광 발전에 기대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얻어 화성 식민지나 달 정착촌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베조스는 지난달 국제우주개발회의(ICC)에 참석해 달 정착지 건설 구상을 밝히면서 “달에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24시간 내내 쏟아지는 햇빛이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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