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조작해 추가 이자수익을 벌어들인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나섰다.최근 당국 조사에서 BNK경남은행이 고객 1만2,000여명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부풀려 25억원의 이자를 더 걷은 게 드러났지만 관련법에 제재 근거가 없어 환급 조치 외엔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와 별개로 경남은행 대출금리 조작 건에 대해 설령 고의가 아니더라도 피해자 규모가 큰 만큼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건이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은행권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하반기 중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정부는 대출금리를 잘못 매겨 이자를 더 걷은 은행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법엔 대출금리를 부풀린 시중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은행법을 만들 당시만 해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은행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 자체 내규에 마련된 기준을 따르도록 돼 있지만, 내규에도 대출금리를 불합리하게 매겼을 때 어떻게 제재하겠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이번에 대형 시중은행 대부분이 대출금리를 잘못 매긴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고객에게 더 걷은 이자를 돌려주는 것 외엔 당국 차원의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은행들이 고의로 대출금리를 조작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추가 조사에서 밝혀질 부분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형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자체가 상당히 허술한 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사안을 끝내기란 무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상당히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TF를 통해 은행들의 내부시스템을 개선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바로잡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리 공시를 강화해 은행 스스로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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