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저탄소 경제’를 지향하는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 업종 부진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은행권의 손실 규모는 총자산의 1% 미만으로 추정되는 등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파리협약 참여국인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를 전망치 대비 37%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연내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기후변화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저탄소 경제 이행에 따른 국내 은행의 손실위험액(익스포저)를 추정했다. 정부의 탄소 배출 억제책과 시장의 인식이 맞물려 석유ㆍ석탄ㆍ가스 등 화석연료나 이를 직간접 활용하는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은행권이 보유한 이들 기업의 대출, 주식, 회사채가 얼마만큼 손실을 입을지를 계산한 것이다. 관련 산업은 광업, 석유정제업, 화학업 등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삼는 3개 업종으로 한정했고, 각 자산별 손실률은 부채 30%, 주식 60%, 회사채 30%로 설정했다.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의 영향이 전기, 철강, 교통, 자동차 등 보다 광범위한 업종에 미칠 수 있는 점, 손실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 점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손실 추정 방식을 택한 셈이다.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17개 은행이 이들 3개 업종에 대해 갖고 있는 대출 채권은 46조4,000억원이고, 주식 및 회사채(추정치)는 각각 6조3,000억원, 6,000억원으로, 이를 합산한 총 손실위험액은 53조3,000억원이다. 각 자산별 손실위험액과 손실률을 곱한 잠재손실 규모는 17조9,000억원, 국내은행 총자산의 0.8% 수준이다.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으로 한정하면 잠재손실 규모는 5조9,000억원, 총자산의 0.4% 수준이다.
정연수 한은 금융규제팀장은 “기후변화 이행에 따른 은행부문 잠재손실 규모는 총자산의 1% 미만으로 추정돼 그 자체로 금융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지구 온난화의 진행 양상이나 저탄소 경제 이행을 위한 정책 실행 양상이 불확실한 만큼 해당 리스크(위험)에 대한 금융정책 당국의 지속적 관심과 점검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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