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A(48)씨가 경기 평택시 자택 인근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09년 파업과 정리해고 사태 이후 30번째 사망자다. 해고자 복직 노사 합의에도 쌍용차 사측은 단계적 복직을 주장하고 있어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고자는 아직 120명이나 남아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8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을 통해 고인이 겪었던 경제적, 육체적 어려움을 전했다. 고인은 1993년 쌍용차에 입사해 2009년 평택 공장 점거농성 때 참여했다. 연행 과정에서 경찰특공대에 폭행을 당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주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에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화물차 운전을 하고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려갔다.
그러나 A씨는 복직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육체적 어려움들이 있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하면서도 복직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그런 말을 최근에 만났을 때 직접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해고자는 120명에 달한다. 2017년 상반기까지 남은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2015년 회사와 합의했지만 제자리를 찾아간 건 45명에 불과하다. 회사 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단계적 복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약속한 시한이) 이미 1년 지나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같은 경우 4개월 정도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잘 팔린다”고 반박했다. 그는 “회사가 정말 어렵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입장이라도 얘기하라고 했었다”면서 “회사가 언제까지 복직시켜주겠다고 얘기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연하게 복직 시기만 기다리는 해고자들은 대부분 생활고를 겪고 있다. 김 지부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파업과 해고)사태 10년이 지났는데도 구직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람이 90%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도 회계조작,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었던 상하이자동차의) 기술 먹튀 같은 것들의 모든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했고, 당시 언론이나 우리 사회가 해고 노동자에게 가했던 문제가 너무 심각했다. 쌍용차가 이력서에 있으면 취업이 안 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해고자들은 바라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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