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전차 군단’ 독일(1위)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멕시코-스웨덴전에서 멕시코가 이겼더라면 역대 최초로 먼저 2패를 당하고도 16강에 오르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지만 ‘카잔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예선 독일과 최종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스웨덴과 1차전 0-1, 멕시코와 2차전에서 0-2로 졌던 대표팀은 이날 후반 추가 시간 김영권(광저우)과 손흥민(토트넘)의 연속 골로 독일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같은 시간 벌어진 스웨덴-멕시코 경기에서 스웨덴이 3-0으로 승리했다. 결국 1승2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한 스웨덴과 멕시코가 1, 2위로 16강에 올랐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1승2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54년 이후 처음이며, 전 대회 우승 팀이 다음 대회에서 탈락하는 ‘우승국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대표팀은 ‘독일파’ 손흥민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전술을 꺼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빠진 중원엔 장현수(FC도쿄)와 정우영(비셀 고베)을 배치했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찼다.
전반 동안 대표팀은 독일과 대등하게 맞섰다. 볼 점유율에서 29%-71%로 밀렸지만 유효 슈팅을 한 차례 날리는 등 4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독일은 6개를 때렸고, 유효 슈팅은 2개였다. 전반 19분께는 정우영은 프리킥 기회에서 상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슈팅을 날렸다. 정우영의 슈팅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정면으로 향했지만 회전이 걸리지 않아 노이어가 한번에 잡지 못했다. 손흥민이 재빠르게 쇄도했지만 노이어가 공을 골 라인 밖으로 쳐냈다.
후반엔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다. 후반 3분 페널티박스 밖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레온 고레츠카가 수비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로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3분 뒤엔 티모 베르너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빗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급한 쪽은 독일이었다. 후반 23분 마리오 고메즈의 헤딩슛이 조현우의 정면으로 갔고, 25분엔 토니 크로스의 왼발 슈팅이 빗나갔다.
실점 없이 버텼던 대표팀은 후반 48분 김영권이 코너킥 이후 흐른 공을 왼발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비디오판독(VAR)을 실시해 골을 인정했다. 이후 독일은 골키퍼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하는 등 총 공세를 펼치다가 후반 51분 주세종이 노이어의 공을 가로채 앞에 뛰어들어가는 손흥민에게 연결, 손흥민이 빈 골문을 향해 쐐기골을 박았다.
대표팀은 이날 바로 베이스캠프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 뒤 짐을 싸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카잔=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