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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하프타임 연설, 아르헨 투혼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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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하프타임 연설, 아르헨 투혼을 깨웠다

입력
2018.06.27 18:02
수정
2018.06.27 21:47
24면
0 0

승점 1점 탈락 위기 몰린 3차전

선수 불러모아 이례적 팀 토크

결승골 로호 “무조건 슛하라 말해”

전반 14분엔 선제골 16강 이끌어

“월드컵 트로피 없이 은퇴 못 해”

리오넬 메시가 27일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가 27일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난세의 영웅 리오넬 메시(31ㆍ바르셀로나)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해냈다.

아르헨티나는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2-1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1승1무1패로 D조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 직전까지 아르헨티나는 수세에 몰려 있었다. 월드컵 초년생 아이슬란드에게 1-1로 비겼고 2차전 크로아티아에게는 0-3으로 대패했다. 이 과정에서 팀의 에이스 메시는 아무런 힘을 못 썼다. 1차전에서는 페널티킥을 놓쳤고 2차전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2승의 크로아티아가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나이지리아가 승점 3점으로 2위, 아르헨티나는 승점 1점에 불과해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거론됐다.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의 브라이언 이도우는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로 만들어주겠다”며 도발했다.

하지만 메시는 더욱 굳건했다. 그는 25일 영국 일간지 미러를 통해 “월드컵 우승 트로피 없이 현역에서 은퇴하고 싶지 않다”고 은퇴설을 일축했다. 그는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머리칼이 쭈뼛 서기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비기기만 해도 탈락하는 상황, 메시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전반 14분 직접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 첫 득점이었다. 월드컵을 향한 강한 열망은 하프타임 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반전을 1-0으로 끝내고 후반전을 위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하기 직전 메시는 선수들을 둥글게 불러모은 뒤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주장의 발언을 경청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팬들은 “메시가 ‘팀 토크’에 나선 모습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시의 이례적인 연설로 정신력을 가다듬은 아르헨티나는 결국 기적을 이뤄냈다. 후반전 빅터 모지스(28ㆍ첼시)의 동점골로 1-1로 따라 잡힌 아르헨티나는 후반 86분까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아르헨티나가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 마르코스 로호(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해 아르헨티나는 탈락의 위기로부터 벗어났다. 로호는 경기 후 “무슨 상황이건, 어떤 자리건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슛하자”는 메시의 연설을 전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부활의 시동을 건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프랑스를 만난다. 평생의 숙원인 월드컵을 따내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메시가 만약 프랑스를 꺾는다면 8강에서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와 ‘세기의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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