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현안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중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온건파인 매티스 장관의 첫 방중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최근 미중관계가 무역 갈등과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연일 악화하는 가운데 매티스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미국 국방장관으로는 14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매티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양국ㆍ양군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면서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충돌과 대립을 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미 수교 40년의 역사는 양국관계 발전이 세계와 지역의 평화ㆍ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양국의 공통점은 이견보다 훨씬 크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어 대만ㆍ남중국해 문제 등을 의식한 듯 “주권과 영토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선조가 물려준 영토를 한 치도 잃을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물건은 한 푼도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만나 양국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과 한미 연합훈련 잠정중단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고, 웨이 국무위원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틀 속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군사기지화와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이 도마에 올랐지만 군사적 충돌 방지에 무게가 실렸다. 대만 문제를 두고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날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매티스 장관의 시 주석 면담을 수용했고, 만찬에 국방ㆍ외교분야 핵심인사들이 다수 참석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예우를 펼쳤다. 이는 매티스 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이유로 환태평양훈련(림팩) 초청을 취소하는 등 근래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비해 대화ㆍ협상을 중시하는 온건파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대만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원칙론자이면서 동시에 대화론자인 매티스 장관을 통해 외교ㆍ안보 갈등현안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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