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직할 때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심은 나무가 결국 뽑혔다.
경남도는 도청 정문 앞에 심은 40년생 주목이 최근 나무전문가로부터 고사 판정을 받자 27일 굴착기를 동원해 철거했다.
철거한 나무는 폐기하고 기존 나무가 있던 자리는 화단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 회계과 관계자는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최대한 살리려고 했으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나무가 말라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나무를 심은 자리는 복사열을 바로 받는 대로변이어서 생육환경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홍 전 지사는 2016년 6월 1일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빚이 한 푼도 없는 채무제로 선포를 기념해 20년생 홍로 품종 사과나무를 심었다.
도는 홍 전 지사 취임 직후인 2013년 1월 기준으로 1조3천488억원의 채무를 3년 6개월 만에 모두 갚았다.
홍 전 지사는 기념식 당시 "미래 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준다는 의미로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 시름시름 말라가던 사과나무는 2016년 10월에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존적응률이 높은 주목으로 교체됐다.
교체된 주목도 반년을 넘기지 못해 누렇게 말라 들어가자 지난해 4월 세 번째 나무인 주목을 또 심었지만 결국 철거됐다.
잇따른 교체에다 홍 전 지사 사퇴 이후 적폐의 상징으로 찍힌 채무제로 나무를 놓고 그동안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채무제로 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채무제로 나무 철거현장에서도 "홍 전 지사가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채무제로는 경남도민의 고통과 눈물로 만들어졌다"며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의 밥을 빼앗고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등을 전용해 만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제로 나무만 없앨 것이 아니라 표지석도 같이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는 이 날 나무만 철거하고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상남도지사 홍준표'가 적힌 표지석은 정치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채무제로 나무 철거와 관련해 홍 전 지사 재임 때 행정부지사로 근무한 윤한홍 국회의원은 "경남지사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전임 도지사 지우기부터 한다"고 반발했다.
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 번 생긴 채무는 갚는 것이 정말 어렵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며 "정쟁으로 사람을 미워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정책까지 미워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전임 도지사가 힘들게 이뤄낸 채무제로 정책을 단지 흠집 내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피땀 흘려 집 대출금 다 갚았더니, 호의호식하던 자식이 물려받은 집을 담보로 흥청망청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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