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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드러나도 피해자 구제는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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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드러나도 피해자 구제는 ‘복불복’

입력
2018.06.28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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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엔 근로자로 한정

구직자 위한 별도 보호장치 없어

채용절차법은 180일 뒤 서류 폐기

피해자 특정하기도 어려워

공공기관 피해땐 다시 기회 주지만

민간기업은 자율적 인사권에 해당

부정 합격자 버젓이 회사다니기도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금융정의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검찰 부실 수사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금융정의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검찰 부실 수사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용비리가 드러난 은행의 최종 면접에서 몇 년 전 낙방해 종일 울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보니 ‘그래서 떨어졌나’ 싶어 또 눈물 나죠.”

취업준비생 신윤지(28)씨는 최근 잇달아 밝혀지는 은행 및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울해진다. 그는 2015년부터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수백 번 원서를 넣었지만 돌아온 건 수백 개의 탈락 메일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합숙이나 면접에서 태도 불량이었던 사람도 최종합격을 했다는데, 이런 사람에게 밀려 떨어진 응시자들은 무슨 죄인가 싶다”며 “더 답답한 건 내가 정말 채용비리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실력이 부족해 떨어진 건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악의 청년실업난 와중에 드러난 채용비리로 청년들의 박탈감과 좌절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행법으로는 피해를 본 당사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27일까지 확인된 채용비리 건수만 약 1,000여건. 그러나 대부분 채용비리 피해자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없는데다 법적 근거도 없어 피해자 구제는 ‘복불복’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입사 과정에 있는 이들에 대한 별도의 보호 장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을 채용이 확정된 ‘근로자’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별도로 구직자 보호를 위해 기업이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채용절차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채용일정을 공개하게 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존재하지만,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또 채용절차법은 180일이 지나면 채용서류를 파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당장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금융노조와 청년참여연대ㆍ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조직적인 채용비리로 부당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들이 대부분 3년 전의 일인 점에 비추어보면 비리가 사실로 확정돼도 채용서류가 없어 은행이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구제는 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공공기관은 채용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비리 피해자나 그룹이 특정 가능하면 피해가 발생한 단계의 상위 단계 응시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개별 피해자가 특정이 안 되더라도 피해자들의 범위를 확정할 수 있으면 이들을 대상으로 제한경쟁 채용 시험을 치른다. 부정합격자 225명 채용취소 후 2013년 채용에 응시했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진행 중인 강원랜드가 대표적이다.

반면 민간기업은 채용이 기업의 자율적인 인사권에 해당하는 만큼 법적인 규제가 어렵다. 비리가 밝혀진 후에도 피해자 구제는커녕 부정 합격자가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의 인사청탁이 드러난 A홈쇼핑에 다니는 한 직원은 “경찰 발표 후에도 부정 합격자가 직을 유지하고 있어 내부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윤지영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법에서는 채용비리를 명확히 규율하지 않는다”며 “민법에 따라 피해자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구상권 행사가 쉽지 않고, 소송 외 법적인 구제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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