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시설 경쟁 아닌
제각각 독특한 분위기
최근 고급체인들도 합세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달 ‘레스케이프’ 개점
프랑스 귀족문화 선봬
서울 시내 호텔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호텔업계가 부티크호텔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부티크호텔은 다양한 부대시설ㆍ서비스를 갖추기보다 특정 취향의 고객에 맞춰 차별화한 콘텐츠와 독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 인테리어, 서비스를 갖춘 소규모 호텔을 지칭하는데 최근에는 대형 호텔 체인이 속속 진입하며 규모가 커지고 더욱 고급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선 2010년 이후 IP부티크호텔과 호텔 더 디자이너스, 가구업체 까사미아의 ‘라까사’ 등이 부티크호텔 붐을 일으킨 뒤 대림그룹의 글래드호텔이 2014년 말부터, 롯데호텔의 L7이 2016년 초부터 지점을 각각 5개, 3개로 늘리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부티크호텔과 비즈니스호텔 중간쯤에 위치한 이들 호텔은 대부분 특급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근 아주그룹과 신세계조선호텔이 특급호텔 못지않은 고가의 부티크호텔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국내 부티크호텔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홍익대 인근 지역의 문화ㆍ예술적 감성을 녹여낸 호텔로, 베를린의 소호하우스 설계를 맡았던 세계적 디자인 건축 기업 ‘미켈리스 보이드’가 설계하고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저층부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와 갤러리, 스트리트웨어 편집숍 등을 입점시켜 호텔 투숙객이 아닌 일반 고객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달 19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어반 프렌치 스타일’을 표방한 중급 규모의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를 선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호텔로 발표 단계부터 호텔 업계에서 관심이 높았던 호텔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ㆍ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지척에 자리한 레스케이프는 프랑스의 귀족 문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고전적 화려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부티크호텔 디자이너로 유명한 프랑스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을 담당했고, 홍콩과 미국,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 바와 협업한 식음료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숙박료도 국내 부티크호텔 가운데선 최고 수준으로 가장 작은 방인 ‘미니’가 20만원 대 중반, 주력 상품인 아틀리에 스위트는 5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부티크호텔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것은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차별화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3성급 이하 호텔은 공실률이 40~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이외 아시아 지역의 젊은 층 관광객과 20,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내국인 투숙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유가 됐다. 일례로 레스케이프 호텔은 반려견 동반 고객 전용 객실ㆍ식사 공간을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하얏트호텔의 럭셔리 부티크 브랜드인 안다즈 호텔이 국내에는 처음으로 서울 압구정에 들어서는 등 부티크호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기존 호텔들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차별화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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