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아산병원서 영결식
청구동 자택 들러 작별하고
부여 가족묘원에 부부 함께 안장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27일 엄수됐다.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기리는 듯 전날 하루 종일 퍼붓던 빗줄기도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대지를 감싸며 애통함을 달랬다. 김 전 총리는 3년 전 충남 부여의 가족묘원에 잠든 부인 곁에서 영면했다. 이로써 한국 정치사를 풍미한 ‘3김 시대’는 막을 내렸다.
장례위원장인 이한동 전 총리는 조사에서 “우리나라와 민족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김종필 총재님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를 만끽하는 오늘을 있게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숨을 건 혁명과 매국노의 누명을 쓴 한일협상, 두 차례의 외유와 신군부 탄압과 망명의 정치 일정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며 “모든 고초를 꿋꿋이 이겨내시고 주위를 다독이며 웃으시던 모습에 사랑과 존경을 버리지 않을 수 없다”고 추모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참의원이 대독한 조사를 통해 “선생께서는 초대 한일의원연맹 대표를 지내고 총리로서 한일 공동선언을 추진하는 등 한일관계 강화를 위해 시종일관 힘썼다”며 “옛 친구를 떠나 보내 참으로 슬프기 짝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조가로 ‘봄날은 간다’를 부르자 서울아산병원에 모인 250여명의 조문객들이 하나 둘 흐느끼면서 영결식의 비통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김 전 총리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고인이 살던 서울 청구동 자택에 들렀다. 유족, 조문객 등 100명이 노제를 지내며 이승에서의 작별인사를 고했고 이웃주민들도 나와 안타까운 심정으로 고인을 배웅했다. 노제를 마친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한 뒤 김 전 총리가 졸업한 공주고등학교와 부여초등학교 교정, 고향인 부여 시내를 거쳐 부여군 외산면 가족묘원으로 향했다. 201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박영옥 여사가 잠든 곳이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풍운의 정치인’ 김 전 총리는 그렇게 92년간의 삶을 마무리하고,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했듯 평생 사랑한 아내 곁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