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고아라와 김명수의 ‘바름커플’ 성장을 시청자들이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집필을 맡은 작품답게 현실 공감 스토리로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막에 접어든 '미스 함무라비'는 한층 강력한 현실 반영 스토리와 그 안에서의 통쾌한 판타지로 공감과 감동,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26일 방송분이 대표적인 예.
이날 방송에서는 실제 청소년 본드 사건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민사 44부는 값 나가는 구리 전선만 골라 훔치는 이가온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고물상 주인이 아이들의 보호자인 목사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다. 이가온은 자신을 뽑기방에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각한 본드 중독에 빠진 상태.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본드 중독 방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쉽게 본드를 접할 수 없도록 본드 공장들을 설득했으며 고물상 주인에게도 고소 취하를 설득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청소년 담당 검사 판사 보호관찰관까지 모여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차오름의 노력은 쉽게 열매를 맺지 못했다. 다시 구리 전선을 훔친 이가온은 보호관찰소에 출석해야 하는 날임에도 사라져 교회로 돌아오지 않은 것. 출석하지 않으면 소년원으로 갈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었다.
박차오름은 이가온을 찾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가온은 어머니에게 버려졌던 인형 뽑기 기계 앞에 혼자 앉아있었다. 자신을 찾아온 박차오름을 ‘엄마’라고 부르며 안길 정도로 중독 증세가 심각한 이가온이 본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외로움에 중독된 이가온 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소년원이 아니라 가족 그리고 관심이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가온과 약속한 박차오름은 본드 공장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아이들이 본드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방법을 모색하고, 고물상 주인을 찾아가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음악과 춤으로 중독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포기하지 않고 사건 안의 ‘사람’을 찾아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진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현실의 벽을 마주했던 박차오름은 커다란 좌절만큼 더 큰 성장을 보여줬다. 법과 판사의 한계를 몸으로 느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답을 찾아냈다. 동료 판사들의 냉소에 일일이 흥분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박차오름의 실수를 돕기로 한 임바른은 거리부터 수석부장 설득까지 박차오름과 함께 동분서주했다. 공감하는 판사 박차오름과 이성적인 판사 임바른의 크로스 활약 덕분에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박차오름의 좌절에 함께 공감하며 아파했던 시청자들이기에 훌쩍 큰 박차오름의 성장은 더 벅차게 다가왔다. “자책도 후회도 않는 인간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흥분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즐겁고 신나게 싸워야 한다. 결국 더 행복한 쪽이 이긴다”는 박차오름의 깨달음은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와 닿았다.
타인의 살갗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박차오름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결국 재판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문제로만 보였던 아이들의 깊은 외로움과 아픔을 찾아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인내는 사람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제일 예쁜 거, 추한 거, 악한 거, 선한 거 그거 다 사람이다. 사람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박차오름 할머니의 이야기는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매회 공감지수를 높이는 ‘미스 함무라비’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진주희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