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건강을 챙긴다는 이유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직원은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하는 등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헬스케어 업체 바디프랜드가 이번에는 직원들에게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전 직원을 상대로 건강증진 프로그램 참여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 동의서에는 ‘메디컬 센터와 함께하는 임직원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동참하겠다’ ‘메디컬 R&D센터 사내의원의 검사와 진단 결과에 따른 의사의 처방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회사가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동의서 작성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표면적으로 복지를 이유로 대고 있지만 직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동의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이나 검사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회사가 동의서를 근거로 프로그램이나 검사 참여를 종용하면 직원으로선 거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직원들의 입장이다.
앞서 바디프랜드는 ‘체중이 많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사용 못 하게 하거나 뱃살을 잡아당겼다’ ‘간식을 뺏어 다른 직원을 주고,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하라며 이름을 적어가는 등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예고 없이 소변검사를 해서 금연학교에 보냈다’는 등 사내 복지를 빙자한 ‘갑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와 이를 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헬스케어 회사이다 보니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자는 좋은 취지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일부 잘못 운영된 부분이 있어 시정했고,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대한 동의서도 강제로 받고 있지 않다”며 “잘 모르는 직원들이 있을 수 있어 공지를 여러 차례 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내달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에 앞서 점심 시간은 물론 아침과 저녁 시간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운영지침을 내놓아 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본사 사무직의 경우 기본 8시간을 기준으로, 별도로 주당 12시간 내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공지하면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오전 8∼9시, 오후 12∼1시, 오후 6∼7시를 근로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으로 설정했다.
여러 회사들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정하는 탄력근무제, 시차출퇴근제 등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바디프랜드는 출퇴근 시간을 고정해놓고 출퇴근 시간 전후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해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일을 하다 보면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할 수 있는데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취지만 봤을 때는 오전 9시에 맞춰 오고 오후 6시에 맞춰 끝내라는 취지일 수도 있지만 현재 사내 상황에 비춰봤을 때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디프랜드 측은 “한 달 전부터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개인 출퇴근 시간 기록도 받아가며 주 52시간 근로시간 시행에 대비해왔다”며 “근로시간을 엄격히 지키자는 의미에서 휴게시간을 설정한 것이고, 실제로 이에 맞춰 전반적인 근로시간도 줄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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