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가 식물을 함께 기르면 부모의 스트레스와 자녀의 우울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주일에 1회(2시간), 총 10회간 자녀와 함께 텃밭을 함께 가꾸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모의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 결과, 참가 전에 비해 스트레스 지수가 반토막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텃밭 활동이 부모와 자녀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15~2017년 서울, 경기, 전북 지역에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109개 가족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부모와 자녀들은 매회 씨앗 뿌리기, 텃밭 이름 짓기, 지지대 세우기, 친환경 비료 만들기, 새싹 비빔밥 만들기 등의 활동을 했다.
연구팀은 매회 프로그램 실시 전후 부모들의 타액에 들어있는 코르티솔 농도를 측정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농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총 10회 동안 측정한 코르티솔 농도의 평균을 낸 결과, 참가 후 농도가 참가 전에 비해 56.5% 감소했다.
부모들의 양육 스트레스도 프로그램 참가 전(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은 대조군 대비 119.2%)보다 참가 후(109.3%)가 9.9%포인트 감소했다. 자존감은 참가 전(92.8%)에 비해 참가 후(96.5%)가 3.7%포인트 증가했다. 자녀의 경우에도 우울감이 참가 전(108.8%)보다 참가 후(87.9%)에 20.9%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은 사람보다 생애주기가 훨씬 짧아 생명의 한살이를 지켜볼 수 있고, 식물을 함께 보살피며 부모ㆍ자녀 간 정서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경미 농진청 농업연구관은 “부모들은 양육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녀와 함께 다른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데다, 식물을 돌보면서 공통의 대화 주제도 만들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지난 5월부터 세종 연서면 포도나무정원에서 24개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농장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세종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고,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대거 유입됐다. 농진청은 이주 가족들이 치유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시범 프로그램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치유농업 모델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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